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군 Aug 07. 2023

최악의 배우자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사람을 좋아하는 건 이유가 없을 수 있지만 사람을 싫어하는 건 대개 이유가 있다. 

결혼을 결심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을 수 있지만 이혼을 결심하는 데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 

사람을 사귀고 결혼을 결심하기 전 많은 조건을 따져보는 게 요즘 세태다. 

그래도 더 많은 경우는 갑작스럽게 누구를 좋아하게 되고 이성의 끈을 놓은 채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연애와 결혼은 언뜻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사람들은 연애 때와 같은 배의 달콤함을 상상하고 결혼한다.

하지만 상상과는 다른 모과의 시큼텁텁함에 몸서리치게 된다. 

그게 연애고 결혼이다. 

이혼의 이유는 많겠으나 상당수가 성격차이를 꼽는다.   

상대방의 태도나 말과 행동이 못마땅하고 견디기 힘들다 보니 화가 나고 다투게 된다. 

그러나 솔직히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둘이 '똑같으니까' 싸우는 걸게다.  

물론 보편적으로 봐주기 힘든 사람도 있다. 

외도, 폭력, 도박이나 무례함, 강한 집착, 과도한 강박 등 여러 성격적인 문제가 있겠다.  

그런 심각한 결격 사유 말고 그야말로 '성격적인' 문제 중에 최고는 이것이라 생각한다.  

'예민한데 성격 있는 사람'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하'하는 탄성이 나왔다.

한 마디로 둘 중에 하나만 하라는 것일 게다. 

예민하려면 성격은 온순하든지, 욱하는 성질머리가 있으면 털털하든지...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서 갑자기 버럭 하는 사람과 같이 하는 일상은 지뢰가 촘촘히 깔린 길을 걷는 심정일 것이다.

헤어지기 전에는 그 지뢰밭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결혼 생활 내내 수십, 수백, 수천 개의 지뢰가 기다리고 있고 그 지뢰를 다 걷어내기 위해서는 그 수만큼의 싸움이 있어야 한다. 

생각만 해도 지친다. 

나는 '예민하면서 성격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아니지 않나?...  

아니지... 않나?...

아...니지... 않...나?...

...... 

......

......

이혼을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결혼 선배로서, 이혼 선배로서 한 가지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예민하려면 성격을 죽여라!

성격 못 죽이겠으면 둔감해져라!

특히 여자분들에게는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열받으면 울기만 하든지 화만 내든지 둘 중의 하나만 해라!

울면서 성질내는 더블 콤보 펀치는 넣어두셔라!

펀치 날리는 사람은 후련하겠지만 더블 콤보로 맞는 사람은 많이 아프다. 

펀지 날렸던 사람은 뒤끝 없는 사람이라 자화자찬하겠지만 맞은 사람은 더블로 트라우마 생긴다. 

이런 조언에도 굳이 결혼을 하시겠다는 분들에게 마지막 조언 하나 들어간다.  

결혼 상대를 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가'가 아니다. 

그 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내가 그 사람의 태도나 말이나 행동, 그리고 특히 삶에 대한 가치관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느냐이다. 

내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을 때 결혼을 결심하시라.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가를 살펴보기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우자 찾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