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정적인 열쇠는 결코 상대방에게 있지 않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미혼 남녀라면 숱하게 받는 질문이다.
꼭 누군가 물어보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질문이기도 하다.
외모는 어떻고 목소리는, 성격은, 직업은 어떻고...
많은 조건들을 말한다.
심지어 발뒤꿈치가 어떠해야 한다느니,
손가락이 어떠해야 한다느니 하는 다소 편집증적인 이상형을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은 교통사고처럼 온다고 했다.
나도 결혼 전 말했던 조건들과는 많이 다른... 심지어 거의 불일치했던 사람과 만났고 결혼했다.
그때는 그냥 좋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이혼까지 했던 것이 내 강력한 운명의 경로였다면 어쩔 수 없었겠다 싶다.
그렇지 않다면 숱하게 읊었던 그 이상형의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결혼까지 했다는 게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
운명을 거스르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겠는가?
그러나 만약에...
만약에 그 운명을 거스를 수 있었다면...
결혼을 결정하기 전에 그 사람이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
그런 진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했었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서로 그 힘든 시간들을 겪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연애 때는 '콩깍지'가 씌워져 상대방의 단점도 단점이 아닌 걸로 보인다.
심지어 장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결혼 후에도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콩깍지'는 유효기간이 정확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급속도로 기능을 상실한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긴 시간 함께 겪는 소소한 사건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다만 그것들을 무의식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놓치고 지나갈 뿐이다.
결혼의 지옥도를 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말과 행동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어떤 주관적인 감정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그의 말과 행동 자체만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의 말과 행동에는 그가 가진 사상과 가치관을 포함하기 때문에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고 나서 상대방의 그런 말과 행동들을 내가 상처받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만약 상처받게 되고 힘들 것 같다면 진지하게 헤어짐을 고민해봐야 한다.
상대방이 잘못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와 함께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야 하는 이유다.
아직 결혼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늦지 않았다.
결혼식장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아직 기회는 남았다.
난 '그러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상대방이 보냈던 수많은 신호는 무시하고서 결혼 후 상대방을 바꾸려 하는 것은 이기적이다.
그런 신호를 스스로 외면했으면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힘들어하는 것도 어리석다.
참고로 난 어리석었다. (흐흑...)
그런 사람으로 이삼십 년을 살았는데 다른 사람이 바꾸려 한다고 해서 바뀌어지지 않는다.
상대방을 원망하고 비난할 일도 아니다.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그걸로 내가 많이 힘들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바뀌라는 요구로 상대방을 힘들게 하지 않을 거라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이냐?
결혼을 꿈꾸는 자들이여!
"너 자신을 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