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1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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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벚꽃은 한국의 인기스타다. 수많은 가로수길을 따라 심긴 벚꽃은 3월이 오면 개화를 시작한다. 벚꽃 사이사이 심겨있던 목련꽃의 하얀색과 어우러져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가족들은 강아지를 끌고 나와 벚꽃이 화사한 천변을 걷는다. 연인들은 벚꽃으로 유명한 서울숲, 석촌호수 등지로 산책을 나선다. 바야흐로 겨울 내내 움츠러들었던 사람들을 바깥으로 불러내는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이것을 벚꽃 공연 첫단계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벚꽃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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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피었으면 지기 마련. 이런 운명은 봄의 인기스타도 피해갈 수 없다. 벚꽃이 피기가 무섭게 벚꽃은 새로 날 잎사귀들을 위해 자리를 피해주기 시작한다. 낙화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모습마저도 사랑한다. 낙화하는 순간을 셀카에 담기 위해 퇴근하고 천변으로 나간다. 그리고 사실 아직 벚꽃 나무에게는 힘이 남아 있어, 지는꽃들만큼이나 많은 새 꽃을 피워내고 있어 우리의 인기스타는 여전히 굳건하다. 이것이 벚꽃이 보여주는 두 번째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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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차고 습한 봄비 바람이 분다. 벚꽃이 진다. 지고 난 벚꽃나무는 이상하다. 우리를 설레게 하던 분홍빛은 새싹이 내비치는 여름의 푸른빛에 가려지기 시작한다. 꽃잎이 더 많이 떨어지면 벚꽃나무에는 붉은 갈색빛을 띠는 꽃받침 색이 많아져 보기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벚꽃나무를 향해 카메라를 치켜들지 않는다. 더 이상 벚꽃을 보러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비를 피해, 습한 봄바람을 피해 까페로 식당으로 숨어든 거리에는 남은 것이 없다.
하지만 정확히는, 거리에 우리의 슈퍼스타가 마지막 공연을 내보이고 있다. 차갑던 봄비를 맞아 낙화해버린 벚꽃들은 비가 그치자 봄비가 남기고 간 찬 바람에 몸을 말리며 마지막 공연을 준비한다. 어느새 가벼워진 몸을 찬 바람에 맡긴다. 인도로, 도로로, 벚꽃잎들이 한데 모여 휘이휘이 소용돌이 물결을 만들어낸다. 오토바이 한 대 지나가면 공연 한 번. 차가 한 대 지나치고 가면 또 한 번. 바람이 한 번 세차게 휘몰아치면 마지막 남은 열정 불태우듯 앵콜 한 번. 도로가 마르고 이른 새벽에 청소를 하러 찾아올 청소부 아저씨가 오기 전까지 몸을 흔든다. 아무도 그걸 찍지 않지만, 이것이 벚꽃의 마지막 공연이다. 그 언제보다도 자유롭게 몸을 뒤흔든다.
- 지음 피드백 (같은 주제로 같이 쓴 지음의 글 링크 https://brunch.co.kr/@cinemansu12/5)
오호 벚꽃의 과정을 공연에 빗대다니.
작은새의 글은 시를 통과하는 순간이 있는 듯하다. 의도한 표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시적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로/-한 번 이런 표현들이 이번글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서 운율감이 들고 묘사하는 대상과 풍경에 대해 감각적으로 접근하려는 면이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