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순을 넘긴 소녀들

by 조 경희

라인댄스 길벗의 딸 결혼식이 있었다.


요즘 결혼식은

젊은이들의 매력 넘치는 공간이다.

엄숙하기만 한 결혼식이

젊은 청춘들의 자신 있는 미래를 펼치는

축제가 되었다.


꽃향기 가득한 고공에서 선녀처럼 내려오는

신부의 첫걸음.

고전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문을 열고 등장하는 신랑의 행진은

우리를 환성과 기쁨으로 충만케했다.

남녀 혼성 4중 창도 밝고 힘차서 신이 났다.


결혼식은 젊은이들만의 축제가 아니었다.


연회장에 일찍 자리를 잡고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뷔페 음식 맛보느라

모두 바쁘다.


몇 차례 접시를 비우고 배가 찰 무렵,

선환언니가 먹다만 케이크를 흰 컵에 담으며

"이따가 커피 마실 때 먹게

케이크 좀 가져갈까?"


그 말에 꼬리를 문다.

" 가져가다가 '멈추세요' 하면 어떻게?"

" 한 두 개인데 어때?"

" 가서 케이크 가져와. 내가 챙겨볼게~"

막내인 듯한 미선이 야무지게 말한다.


옆자리 동생이 몇몇의 빵과 케이크를 가져온다.

" 나는 가방에 못 넣어. 누가 넣어줘. 난 내 가방에 못 넣어. 무서워"

" 하나로 안되니까 몇 개는 가져가야지"

미선은 계획이 섰는지,

컵을 위아래로 겹쳐

케이크가 넘치지 않게 싼다.


몇 번 케이크를 실어 나르다가 순간 겁이 났는지

인선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 언니, 나가서 사 먹자. 사 먹으면 안 돼?"

연아도 한술 뜬다.

"'경찰이 남으세요' 하면 살 떨려"


선환언니가

"나는 내가 먹던 거 종이컵에 넣었을 뿐이야"

미선은 그 말에도 꿈쩍 않는다.

" 가만있어봐."

" 거기다 넣지 말고 보이잖아"

" 가만있어봐"

" 가서 사 먹자~"

" 가만있어봐."

결국 미선은 두 개의 컵을

쏙 밀어 넣는다.

그 위에 스카프를 가볍게 얹는다.


여기 육순을 바라보는 소녀들과

이제 회갑을 넘긴 소녀들이

꽃향기만큼이나 순수하고 향기롭게

앉아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신랑신부가 아니라

소녀들이었다.


아직도 이런 감성과 순수가 살아 았다는 게

고맙고 사랑스럽다.


무사히 빠져나온 백가방이

케이크를 곁들여 커피 한잔의 향기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10대 소녀 감성으로 깔깔 거리며

모험담을 즐길 것을 상상하니

미소가 절로 난다.


저 웃음이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아직 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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