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깨달은 그날의 마음들
오늘 나는 읽고 있는 책의 한 부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머물렀다.
저자가 젊은 시절 어렵게 생활하는 부분이었는데, 그 시절 얘기에서 나는 사랑받고 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시골서 자란 저자의 아버지가 참외 농사하는 친구에게 “우리 아들 먹일 참외 하나 던져 줘 봐.” 하며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의 아들을 소개하는 대목.
저자가 결혼하고 어려운 살림에 아내가 돈이 없어 고기를 사도 꼭 반근에 반만
사서 찌개를 끓이고는, 정작 아내는 자식과 남편에게 다 양보하고 국물에만 숟가락을 담갔다는 대목.
그 자식들이 다 성장해서 결혼을 하자, 본인이 먹이고 가르치지 않아도 번듯한
아들과 딸이(사위와 며느리) 두 명이나 더 생겼으니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말하는 대목.
그 외에 여러 대목에서 눈길이 멈추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사랑받고 큰다는 것이 이런 걸까.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나는 왜 이런 기억 하나 남아 있지 않은 걸까.
마침, 저자의 따님이 TV에 나와서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서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제 상견례 자리에서 저희 아버지는 시부모님께 딱 하나만 부탁하셨어요.
우리 아이가 그릇을 잘 깨니, 그럴 때 혼내지 마시고 저에게 연락하면 제가 그
그릇값의 2배를 배상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아이가 손, 발이 차서 이제껏 내가 그 손과 발을 데워줬는데 이제부터는 자네가 꼭 그리해 주게나.”
이 말은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울컥한 마음에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분명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인데 나에게는 가져보지 못한
서러운 이야기 같았다.
사는 게 다 같이 어려운 시기였을 텐데 한쪽은 햇살을 듬뿍 받고 자란 이었고,
한쪽은 그늘에서 살아온 이 같았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얼굴에서는 빛이 났다.
너무나 자랑스럽게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며 고맙다고도 했다.
나도 그렇게 아버지를 고마워하며 자랑스럽게 부를 수 있을까.
많이도 부러운 관계의 순간이었다.
분명, 당신도 나에게 절대적 사랑을 주셨지요?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을 곧은 사랑을 주셨지요?
내 유년은 조금은 시리고, 조금은 희미한 기억들뿐이지만, 당신을
탓하거나 미워하진 않습니다.
당신의 고단했던 삶이 너무나도 잘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앞에선 누구보다 단단했던 당신이
사실은, 그 단단함만이 우리를 살 수 있게 만들었으니까요.
아버지,
저에겐 아직도 무거운 이름이지만
그래도 많이 보고 싶습니다.
뵐 수 없어서 더 보고 싶습니다.
사랑은 서로 다른 크기로 가슴에 담긴다.
담긴 사랑만큼 사랑의 냄새가 난다.
그 냄새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깊은 향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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