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새댁에게 건네온 조용한 온기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바람이 싱그럽게 날리던 초봄에 나는 결혼을 했다.
남들과 달리 마흔 중반에 들은 ‘새댁’이란 소리는 조금 부끄러웠지만, 한 번쯤은 꼭 듣고 싶었던 설레는
말이었다.
결혼하고 두어 달 뒤, 시부모님 첫 기일 제사가 있었다.
큰형님 댁은 경상도여서, 경기도에 사는 나는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채비를 하고
내려가는 길에 작은형님 댁에 들러 같이 가기로 했다.
결혼 전 인사차 찾아뵈었을 때부터
나를 편안하게 대해 주셨던 작은형님이라 기쁜 마음으로 도착해 인사를 드렸다.
“ 동서, 첫 제사인데 한복 잘 챙겼지?”
“ 네? 한복요?”
순간 머리가 하얘지고, 가슴이 콩콩 뛰며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 한복을 챙겨야 하는구나.
그런데 누가 이런 걸 가르쳐 주는 걸까.
아무 말도 못 하고 남편 얼굴만 힐끔거리며 바닥을 보고 안절부절하니,
작은형님이 가볍게 웃으시고는 걱정 말라며 내 등을 토닥이셨다.
그러곤 방으로 들어가 곱게 개어둔 개량 한복을 가지고 나오셨다.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입을 만은
할 거야, 이거 챙기고 어서 가자”
말씀을 마친 형님은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셨다.
내려가는 길 내내 차 안에서 들키지 않게 작은 한숨이 나도 모르게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모른다.
운전하는 남편도 걱정스러웠는지
한 번씩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여 주곤 했다.
아직은 낯선 큰형님 댁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형님들을 도와 제사상을 차렸다.
제사가 거의 끝날 무렵,
“막내 동서, 어머님께 절 해야지.”
큰형님 말씀에 나는 작은형님이 주신 한복으로 갈아입고 조심스레 절을 올렸다.
‘어머님... 부족하고 못난 막내 며느리라 죄송해요.
앞으로 형님들 말씀 잘 따르고,
모나지 않은 며느리가 될게요.
정말... 미안합니다.’
절을 마치고 일어서자 갑자기 눈물이
훅 쏟아질 것만 같았다.
치맛자락을 꼭 쥐고, 얼른 부엌으로 종종걸음쳤다.
시댁 첫 행사를 마치고 작은형님네는 조금 더 있다가 올라간다 하셨고,
큰형님이 “얼른 친정집에 가봐.”라고 말을 꺼내주신 덕에 우리는 일찍
나올 수 있었다.
새댁 초보에게는 나이가 무색하게 너무나 어려웠던 시댁 행사였지만, 그래도 첫 제사를 무사히 마치고
나올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작은형님의 배려가 없었다면 오늘 나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형님 덕분에 큰형님께 ‘한복도 잘 준비 했구나.’하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었을 때도 얼마나 뜨끔하던지.
형님,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어서요.
모르는 부분, 잘못하는 부분 앞으로도 잘 가르쳐주세요.
결혼 생활은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야 조금씩 익숙해지나 봐요.
다음번에 뵐 때는 형님처럼 야무진 모습 보여 드릴께요.
형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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