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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운대 줌마 Jul 31. 2024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무튼 놀이

살다 보니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요즘 조부모들은 그런 진부한 질문을 손주에게 하지 않는다.

사랑의 양을 질량으로 측정할 수 없거니와 

어른들 재밌자고 아이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하라는 

고약한 물음은 이제 그만이다.


거꾸로 손주 녀석의 맹랑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 할머니는 세상에서 누가 젤로 좋아요?”

 신조어로 ' 답정너' 다.

“ 우리 J 이가 제일 좋지.”

“ 하핫.”  

   

“할아버지는 세상에서 누가 젤로 좋아요?”

“ 바로바로 우리 이지!”    

“ 왜? 다 내가 좋다는 거야? 하핫”     


네 돌 갓 지난 손자는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헤헤헤 헤헤헤

옥수수 알갱이 같은 젖니를 하얗게 드러내며 웃는다.   

손자의 만면의 미소에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마음 부자가 된다.   

       



내 아이 키울 때는 요런 재미를 몰랐었다. 

아이들에게 한 번도 ‘사랑한다’고 낯간지러워 못했던 고백을 

손주에게는 시도 때도 없이 연거푸 반복한다.   


 그때 내 자식들에게 사랑한다고 실컷 말해줄 걸,

 엄마는 세상에서 네가 가장 좋다고.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얼마 전 손자와 함께 상상키즈 월드라는 곳에 갔다.  

동네 키즈카페를 한 열개쯤 합체한 듯한 규모에 놀랐다.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손자의 모습은 귀여움 한도초과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세상 즐거움을 만끽한다.

온 세상이 그저 행복한 놀이터인 줄로만 안다.  


' 그래,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손자 뒤만 쫄쫄쫄 따라다니며 연신 벙글벙글

손자 바보라서 행복하다.



한 서너 시간 놀았을까?

키즈월드 마감 시간을 알리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 우리도 손주랑 추억도 만들 겸, 셋이서 놀이가구 같이 한 번 탑시다." 

남편의 제안이다.

'손자와의 추억'이라는 말에

평소 놀이기구 타는 걸 질색팔색하는 

내 마음의 빗장이 와르르 무너진다. 

"그래요!" 

선뜻 용기를 내본다.

         



다람쥐통이라는 놀이기구를 찜했다.

가족 3~4명이 함께 타는 놀이기구다.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이글루처럼 생긴 투명 볼 형상으로 만들어진 집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10분간을 앞으로 뒤로 옆으로 구르면서 물 위를 떠 다니며 놀면 된다.

중심이 안 잡히는 것이 재미와 웃음 포인트다.     

데굴데굴, 뒹굴뒹굴, 엎치락뒤치락, 왁자지끌, 허허허, 호호호, 까르르까르르...


다람쥐통 안에서는 육십을 훌쩍 넘긴 할비, 할미도 손자 또래가 된 듯하다.

웃음소리와 비명소리, 외침소리가 뒤섞여 다람쥐통은 난리법석이다.

십여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며칠 쓸 기운을 십분 만에 다 써 버린 것 같다.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잠시 영혼의 카타르시스 같은 쾌감을 느꼈다.

  

왜 사람들이 줄까지 서서 기다리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오금이 절이도록 무섭고 

정신을 쏙 빼놓는 놀이기구를 타는지 알 것도 같다. 




늘 정신줄 똑바로 붙잡고 살아야 하는 깝깝한 현실에서 

잠시 풀려나는 신박한 느낌을 맛보았다.

손자 덕에 감정의 해방구 하나를 찾았다.

' 가끔 손자와 함께 무서운 놀이기구 타기'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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