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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깊다(감천문화마을에서 삶의미니멀리즘을 만나다)

아무튼 미니멀리즘

by 해운대 줌마

여기가 감천문화 마을의 대표 사진 맛집입니당!!

어린 왕자와 여우의 동상이

하염없이 수평선을 바라보는 언덕.


맛집 대기줄처럼 사진 촬영 대기줄이

와우! 어림잡아 5미터는 족히 될 것 같다.


이곳에서는

호들갑스럽게 사진 몇 장 찍기 보다는

체험을 해보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어린 왕자처럼 노을을 3분 동안 이상 바라보기 체험’ 같은 것. 히힛


다들 무슨 중대한 미션이라도 수행하듯

사진 찍기에만 바쁜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한동안 서 있었다.



”나는 슬플 때 노을을 마흔 네 번이나 바라 보았어."

어린 왕자가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착시를 느낀다.


저 멀리 파란 수평선이 그림처럼 보이는

이 언덕

감천 사람들의 힐링 스페이스가 아니었을까?

영혼의 숨통을 터 주는 곳 말이다.


50~60년대 전쟁통에 맨몸뚱이 하나 달랑 가지고

부산으로 피란 내려와 평지부터 다 채워지고

산비탈로 산비탈로 올라가며 집을 짓고 정착하며 생겨난 마을.


형벌처럼 고단하고 지난했을

그들의 삶을 감히 짐작해 본다.


낮에 먹고 살려고 전장터 보다

더 치열한 긴 하루를 보내고

다 저녁때야 너덜너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던 무수한 날들을...


어느날은 엄마품처럼 따스한 노을을 바라보며

힘들고 슬픈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을 테지.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면서...


울컥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미로처럼 난 골목길로 발길을 돌려본다.



오래된 것에 깃드는 아름다움이 분명 있다.

작고 오래된 집들이 구불구불한 골목을 품고

어깨동무하듯 정겹게 붙어있는 마을.


작고 오래되고 낡았어도

단지 초라하게만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 아우라는

그 속에 사람들이 살아온 수많은 삶의 이야기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손바닥만한 집이지만

종일 지친 몸을 뉘일 수 있는 곳.

소중한 가족들의 끼니를 이어가는 곳.


흥부네 식구들처럼 소복이 둘러앉은 가난한 밥상이지만

서로에게 먹을 것을 먼저 챙기며 살아가는 곳


그 소박한 기쁨이 삶을 지탱해 주었으리라.

'그래! 삶을 밀고 가는 것들은 이런 것들이지!'

삶의 숭고한 의미를 깨우쳐 본다.




다시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기웃하다가

녹슬어 버린 펌프와 뚜껑 닫힌 우물을 발견했다.


어머나!

오랜 친구를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듯 반가웠다.


내가 살던 동네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

아릿한 그리움이 자꾸만 밀려들어 가슴이 일렁인다.


우리 동네 한가운데도 우물이 하나 터줏대감처럼 있었더랬지.

우물은 생명수의 공급터이자,

소문의 진상지이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장소였고,

여인네들이 삶의 고단함을 수다로 조잘조잘 풀어내는 곳이었다.


어떻고? 어떻고? 왜? 왜? 어머나! 어머나! 어떡해? 어떡해?...

엄마와 오지랖퍼 아지매들의 이야기가

귓가에 주절주절 들려오는 듯하다. 히힛


한 우물 물을 길어다 먹어서인가?

각자 살아도 한 마을 사람들은 식구처럼 살가웠다.


늘 "밥은 먹었는지?" 식구처럼 묻고 살았다.

부침개 하나라도 나눠 먹어야 맘이 편했다.

혼자보다는 함께함이 더 위로가 되던 시절이었다.


그때만 해도 다들 가난이 기본값이었으니까.

그래서 동병상련의 마음이 지금보다 컸었나?



‘무엇이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을까?’


어쩌면 그 힘은 거대한 권력자의 위대한 정치가 아니고

애면글면 생을 묵묵히 이어가는 사람들.


풀뿌리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힘들이 모이고 모여서

세상은 유지되고 흘러가는 게 아닐까?

나름대로 개똥철학을 펼쳐본다. 히힛


작은 집, 좁은 골목, 간소한 세간살이...

마을을 천천히 돌아 나오며


삶의 미니멀리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사는 데 그리 많은 게 필요하지 않음을'


내 인생의 초겨울 같은 시간이다.

최소한의 물건으로

단순하고 간결하게 사는 게 답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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