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배워야 산다’

by 해운대 줌마

우리는 사람 대신 기계와 더 자주, 더 많은 시간을

마주하며 살아야 하나?


난감하네! 난감하네다.

세상은 무지 무지 편리해졌으나

마음은 되려 불편해질 때가 있다.




얼마 전 시외버스 정류장에서의 일이다.

쫓기듯 다니는 게 싫어서

한 이삼십 분쯤 여유 있게 도착하여 기다리는 쪽을 택한다.

정류장에서 사람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든쯤 돼 보이는 할머니가 숨을 고르며 들어섰다.

구부정한 등에는 백팩이

푸른 핏줄이 성성한 양손에는 짐보따리가 들려있다.

무척 힘에 부처 보인다.


‘딸래 집에 가시는 길인가? '

‘울 엄마도 에전에 딱 저 모습으로 우리 집에 오곤 했었지.’

경주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동대구시외버스터미널까지...

친정 엄마를 보듯 애잔한 마음이 든다.


두리번 두리번

노인은 매표창구를 찾는다.

창구는 야속하게 꽝 닫혀 있다. ('오후에 출근함' 매정한 메모만이 달랑 붙어 있다)

그 곁에 기괴한 조형물만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노인도 저 기계로 발권을 해야 한다는 건

알고 계시는 눈치다.


'노인이 할 수 있을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곰방 두리번두리번

도움을 청할 이를 물색하는 눈치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사람들.

선뜻 도움을 청하기가 어려운지?

난감한 표정으로 서 계셨다.


“열려야 참깨!”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이야기처럼

주문을 외면

문제가 술술 해결된다면...


동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

피씩 웃음이 새어 나왔다.


’ 내가 해드릴까 .‘

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눈치 빠르고 정 많아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나서서

승차권 발권을 친절하게 도왔다.


내 문제가 해결된 것 마냥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상황을 나처럼 지켜보고만 있던

한 초로의 남자가

“요새는 키오스크, 저거 못 쓰면

식당 가서 밥도 못 사 먹어요.”


세상 변화가 참 요상해서 쫓아가기 숨차다는 듯

불쑥 뱉은 한마디가

조용한 무관심만이 그득한 정류장에

신문맹인의 설움처럼 퍼진다.


난생 처음 보는 남자에게

공감의 미소를 어색하게 지어 보인 건

처음이다. 히힛


젊은이들이 하나 둘 떠나간 빈둥지에서

노년을 살아내려면

신 문물을 피하지 말고,

'죽을 때까지 배워야 산다!'


굳이 왜냐고 물으면?

요렇게 편리한 세상을

오래 사는 값이니까. 허헛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