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감사
나는 관광불자다. 히힛
어쩌다 놀러 가는 길에 유명한 절이 있으면
한 바퀴 휘익 둘러보고,
대웅전에 들어가 삼배하고
돌아서 나오는 사이비 불자.
그래도
나이 육십 넘도록 찐 불자는 아니지만
내 마음은 불교에 가까이 가 있다.
사월 초파일이 다가오면
왠지 절에 가서
'부처님 한 번 찾아 뵈어야지.'
'가족 소원등이라도 하나 달고 와야지.'
하는 생각이 숙제처럼 밀려든다.
아이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어미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초조함과 불안함.
그 삶의 무게를 어찌할 수 없어서
생전 안 가던 절에
아무때나 내 마음 내킬 때 찾아갔다.
대구 갓바위로
운문사 사리암으로...
험한 산길을 한 시간 남짓 오르고
숨이 헐떡이는 고통스러운 구간을 넘어서면
땀은 비오듯하고 몸의 기운은 다 빠져나갔다.
그 이후에
부처님을 만나면
신기하게도 숨통이 확 트이고
일렁이던 마음도 잠잠해졌다.
힘든 시간!
그러면서 견뎠다.
이제 두 아이 다 성장해서
결혼해 제 가정 이루고
나도 퇴직하고 부산으로 이사 오면서...
한 십여년 절을 찾는 일이 뜸했었다.
내일 모레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남편과 모처럼 만에 부산 범어사를 찾았다.
제각기 소원을 품은 꽃등이
예쁘게 절마당에 내걸렸다.
우리 가족 소원등 하나 추가요다.
‘가족 건강! 무탈함!’ 일곱 글자를
가족 이름자 옆에
꾹꾹 눌러 써넣었다.
부처님 만나기가 살짝 부끄럽다.
오래 안 찾아 간 부모님 뵙기 민망하듯...
“너 마음 급할 때만 나 찾아오나? ”
'관광 불자라고~ 핀잔주실 것 같아서...
아니야, 중생의 모자란 마음 다 보듬으시고
미소지어 주실지도... '
움츠린 마음에 용기 백신 한 방을 투입하고
대웅전으로 살며시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이 모두가 참 감사합니다."
소원을 비는 대신
감사함의 절을
올리고 또 올리고 있었다.
'오구! 오구! '
'관광불자인 내 마음도 자라고 있었구나!' 히힛
두 어깨를 감싸며
토닥토닥
셀프 칭찬을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