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축제
'부산 국제 다이아몬드 걷기 축제'
요런 재미나고 심박한 축제가 있다네요.
다리 이름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부산 해운대 광안대교의 닉네임이죠.
광안대교를 자동차로 씽씽 지나칠 때면
매번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다리 위에서 보이는 근사한 풍광을 놓쳐 버리는 듯해서.
와우! 와우!
그저 감탄사만 동해바다로 퐁당퐁당
일 년에 단 하루,
모든 차량을 서너 시간 통제하고
광안대교를 오직 걷는 이들에게 돌려주는 날
올해는 5월 11일이 바로 그날이었지요.
미리 걷기 축제에 참가 신청한
무려 일만 명의 사람들이
벡스코 광장으로 쏙쏙 모여들었지요.
소풍 가듯 싱글벙글 즐거운 표정들.
다양한 관계로 보이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시끌벅적.
'여기 모인 사람들은 마음과 몸이 아주 건강한 사람들일 거야!'
나름대로의 잣대로 규정지어 봅니다.
일요일 오전 8시 30분
마치 성지 순례길을 걷듯
한걸음 한걸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천천히
손에 손잡고 거대한 물결처럼 나아갔어요.
수 킬로미터의 인간띠를 이루며
함께 나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니
왠지 가슴이 찡하고 먹먹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다이아몬드 브릿지 한복판에 다다르자
와! 와! 사람들의 멋진 풍광을 보며 내뱉는 탄성 소리
이 순간을 놓칠세라 찰칵찰칵 더 분주해진 촬영 소리
하하하 호호호 이 공간을 함께하는 즐거운 웃음 소리...
정겨움과 따스함의 온기가
다리를 너머 동해바다로 퍼져 나갑니다.
'쉼! 느림! 여유와 자유!'
어쩌면 우리는 이 멋진 공간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시간
그런 삶의 여백이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요?
걷고 또 걷고
7.5미터나 되는 거리를 모두 완주했지요.
함께하니 더 쉽더라구요.
한 대학의 너른 잔디밭에
나란히 나란히 어깨를 기대고
동그랗게 둥그렇게 마주 보고 둘러앉아
도란도란 깔깔깔 껄껄껄
냠냠냠 후루룩 후루룩
달콤한 휴식을 맛봅니다.
행사후, 댄스 공연으로 분위기는 한층 업업 되었지요.
코로나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연대감입니다.
낯선 사람들과 바짝 붙어서
함께 소리 지르고 춤추고 웃고 떠들고...
그 옛날 대학 축제 같은 느낌!
다리는 피로감으로 저릿해 서 있기 힘들어도
마음만은 둠짓둠짓 흔들흔들
남의 눈 신경쓰지 않고 막춤이라도 추고 싶어졌습니다. 히힛
뒤이어 경품 추첨이 있었어요.
일도 기대감 없이 추첨에 참여했지만,
가슴에 붙인 내 번호표의 앞자리가 불릴 때는
가슴이 심쿵심쿵 해지네요.
혹시? 그 기대감은 영점 영영일초도 안되어
역시!로 바뀌기를 여러 차례.
백여 명의 경품번호 모두 다 꽝! 꽝! 꽝!
실망감보다는 익숙한 듯한 감정
'나는 역시 운 좋은 여자는 아니다.' 는
생각이 이번에도 명징해져만 가고...
두구두구 두구두구
대망의 마지막 경품 추첨!!
'200만원 상당 크루즈 탑승권'
다들 탐내는 경품권 딱 한 장
당첨자의 번호가 불리자
와~와~ 짝짝짝! 박수소리에 장단을 맞추듯
두 팔을 위로 번쩍 춤추듯이 뛰어나오는 한 사람.
부러움의 함성소리는
이내 소낙비 소리 같은 축하의 박수로
휘이익~휘이익~휘파람 소리로 이어지며
함께 축하해 주는
성숙한 마음의 향기로
햇살 가득한 운동장에 흐뭇함의 미소가 번집니다.
누군가는
인생을 축제라고 했나요?
그 축제 같은 시간을 그저 고역 하듯 흘려버린
내 지난날이 살짝 안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이 황금기라는 오육십대임에 감사해야죠. 히힛
'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축제처럼 살아야지!'
어제보다는 약간 더 건강해졌을 몸에
아주 쪼금 성숙해진 마음과
멋진 다짐 하나를 안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