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소풍을 떠나요!!

아무튼 추억장소

by 해운대 줌마

'한 달에 한 번 소풍 가기'

퇴직 부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이달엔 추억의 장소 여행이다.


‘추억은 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오는 것이라 했던가?’


나이 지긋해지면 꼭 한 번

그 곳을 찾아가 보고 싶었다.


대학시절을 보낸 도시,

경남 진주

자그마하지만 조용하며

오랜 전통과 깊은 감성이 살포시 내려앉은 도시!!


부산에서 진주로 달려가는 차 안에서부터

기억의 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조잘조잘 말 많고

까르르 웃음 많고

몽글몽글 꿈 많은 대학시절

한 곳에 가만히 있는 게 형벌 같았다.


복작복작한 시내든

한갓진 공원이든

한참을 쏘다니고 나서야

갑갑함에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딱히 볼 일도 없는데

논둑을 맴도는 고추잠자리처럼

그저 시내를 비잉빙 돌아다녔더랬다.


우리끼리 꿀꿀이 여행이라 불렀던

길거리 음식 맛보기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다.

고작해야 호떡이나 오뎅, 떡볶이 같은 음식들이지만

출출함과 집 떠나 온 쓸쓸함을 동시에

채워주던 최적의 음식이었다.


또 하나의 기억이 거미줄처럼 엮여져 나온다.

잘 생긴 DJ가 있다고 소문 난 다방으로

쪼르르 몰려가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또래들과 죽치고 앉아

음악 듣고 수다 떨며 펄떡이는 청춘을 달랬었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김창완 아저씨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기숙사로 돌아가곤 했다.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불리던

내 그리움 1호 장소 대학 기숙사로 향했다.


'생활관'이라는 명칭을 달고

최신식 건물로 탈바꿈 한 지도 꽤 시간이 흐른 듯하다.

그도 그럴만한 게

40년이라는 시간이 휘리릭 가버렸으니...


꼭 수용소 같았던 하얀 건물

여자대학 기숙사의 감성은 일도 없는 볼품 없던 건물이지만

그 하얀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

추억의 장소를 통째로 도둑맞은 것처럼

허전함이 밀려든다.


먼 길 운전의 수고를 마다 않고 함께 찾아준

남편에게

여자 대학 기숙사의 에피소드를 늘어놓는다.


첫 미팅하고 통금 10시 맞추려

우다닥 우다닥 언덕 위로 뛰어가던 모습,


후배 머리 예쁘게 웨이브 살려준다고

호작질(무슨 액체를 바르고 젓가락으로 둘둘 말아 고정?)한 채로

야례시간(취침전 점호)에 사감님과 마주친 일,


우리 기숙사와 육사 기숙사와 펜팔한 이야기 등등


재미있게 우습게 이야기해 보려 해도 도통 실감이 안 난다.

나부터 김이 좌악 빠진다.

현대식 건물 앞에서는 그 감성이 살아나지 않는다.


이래서들 추억은 가슴에 묻어둘 때가

더 아름답다고들 하는가?


다음에는

애써 방문하지 않을 것 같은

쓸쓸한 예감을 안고 돌아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힐링스페이스(노르웨이 달스니바 전망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