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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냥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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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경 Jun 30. 2020

그냥 일기: 속초 1

1박 2일 무작정 속초 가기


이번 학기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사상 최초로 온라인으로 한 학기를 이수하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 학교는 방침 상 중간고사를 보지 않고 대체하거나 기말고사 한 번으로 시험을 치뤘다. 그래서 시험을 한 번 봤는데 종강을 한 기분이라, 마치 중간고사를 하고 이르게 방학을 맞은 것 같아 이상하게도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2주 정도 기숙사에서 기말고사 대비를 위해 달렸더니 첫 주말이 지난 주에 너무 힘들었다. 그때 뭍(?)에서 나고 자란 나는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충동적으로 속초행 티켓과 숙소를 예매했다.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어서 처음에 숙소 날짜를 잘못 예약했는데, 원래 환불이나 변경이 안 되는 건인데 숙소 측에서 감사하게도 사정을 이해해주시고 변경을 해주셨다. 어쨌든 나는 29일, 오전에 마지막 시험을 마치자마자 고속버스터미널로 출발했다.


예매를 일찍 해서 할인 혜택을 받았다


여행을 갈 때면 준비하는 과정이 제일 설렌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는 준비하는 과정보다도 버스에 앉아 있는 시간이 가장 설렜다. 특히 모두 조용히 졸고 있던 버스 안이, 도착이 머지 않고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자 하나 둘 잠에서 깨어 소란스러운 소음으로 가득찰 때. 여행의 두근거림을 나누는 다정한 목소리들. 그때 나는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고속버스 안에서


그런데 초보적인 실수를 한 게, 속초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숙소를 잡았는데 나는 고속버스를 타고 간 거였다. 즉 나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렸는데 거기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가기에는 꽤나 거리가 멀었다. 당연히 버스가 늦어도 20분에 1대는 다니는 줄 알고(수도권의 기만적인 생각) 조금 기다려보았는데 정말 버스가 안 다닌다. 그래서 일단 고속버스터미널 바로 근처에 있는 속초해수욕장을 먼저 보고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새의 발자국


속초 바다는 특유의 색감 때문에 사진이 정말 잘 받는다


이때 도착했을 때가 거의 아슬아슬하게 해가 저물지 않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비가 부슬부슬하게 오고 안개가 껴있어 모든 것이 흐릿했던 바닷가는 우중충했지만 그렇게 부정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알 수 없는 삭막함이, 흰 거품이 일어나며 바다를 짙게 물들이는 파도가, 무언가가 시작하기 전의 마음을 안겨주었다. 그래서인지 거의 커플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아 열심히 찍어주기도 했다. 남들의 추억 한편에 남을 것을 찍어준다는 건 그걸 살짝 쳐다보게 되는 일이라서 내게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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