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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냥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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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경 Jul 18. 2020

그냥 일기: 내가 태어났을 무렵의 노래들 (뉴트로)

90년대 한국 음악, 발라드와 R&B


요즘은 90년대 한국 음악들을 듣고 있다. 특히 발라드, R&B 장르가 너무 매력적이다. 아마 나처럼 학창시절을 브아솔 같은 노래를 즐겨들었던 사람이라면 안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90년대 무대 영상들을 보면 지금 유행하는 패션이랑 별반 다를 게 없다. 정확히는 90년대 유행했던 옷들이 다시 유행한다고 봐야겠지. 통이 넓은 바지나 셔츠 같은 것들. 기장이 길어서 앞머리를 넘겨야 하는 남자 커트 같은 것들. 촌스럽지 않고 세련됐다는 느낌이 드는 건 90년대가 문화적으로 풍성했던 시기를 반증하는 것일까, 아니면 Z세대가 조금 느릿한 문화에 대한 욕구를 느껴서일까? 모든 것이 빠르고 노래조차 짧아지는 시기에 5분 가량의 서정적인 발라드를 들으면서 여유를 찾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노래들.




조규찬 - CF (1996) 

https://www.youtube.com/watch?v=olmOpTQFjZ8


조규찬 3집 앨범은 정말 명곡들이 많다. 나는 이 곡보다 '20'을 더 좋아하는데 무대 영상을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쉽다. CF는 참고로 Campus Friend의 줄임말인 것 같다. (ㅎㅎ) 


가사를 들으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지금으로 치면 장범준의 노래방에서랑 비슷한 감성이라고 할까. 짝사랑하는 대학생 같은 느낌. 그나저나 이 노래는 너무 세련되서 에디킴(언급이 조심스럽지만 곡의 느낌이 비슷해서 언급해본다. ㅠ)의 2 years apart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 이런 노래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거겠지.


그 언제라도 널 볼 수 있지만 And i wait for you ~ 로 이어지는 애드립 부분이 진짜 세련되고 좋다. 90년대-00년대 초 한국 R&B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음 녹아버리는 부분. ㅠ


완전 내가 생각하는 소년의 정석 같은 목소리. 보물 같다.




언제라도 널 볼 수 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난 언제나 여느 시선 속에 머물 수밖에




임재범 - 이 밤이 지나면 (1991) 

https://www.youtube.com/watch?v=C7UjPm-UGGw


임재범은 우리 엄마가 참 좋아하는 뮤지션이고 집에 CD도 있는데, 젊은 시절 영상을 본 적은 없었다. 최근에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이 노래가 나오는데 너무 좋아서 무대 영상을 찾아봤다. 헤어스타일부터 패션까지 지금 합정 가면 열에 하나는 있을 것 같은 스타일. (ㅋㅋ) 


오히려 클래식해서 너무 멋있다. 한국 시티팝이라고 사람들이 부르던데 정말 가사까지도 그렇고 시티팝의 정수 같은 부분. (무대는 또 왜 이렇게 낭만 있고 멋있는지 모르겠음. ;;)


일본 시티팝을 부러워할 게 아니다. 




이현우 -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1992) 

https://www.youtube.com/watch?v=GmCD8xJRbyQ


너무나 명곡이고 나는 95년생이지만 왠지 슬픈 기분일 때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그나저나 노래 전에 XX년생 XX전공 이렇게 나오는 게 꼭 책 띠지에 작가 소개하는 것 같고 흥미롭다. 이 가수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게 만들기도 하고. (지금처럼 바로바로 인스타 들어가서 사적으로 이 가수를 알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니까.) 그 점이 더 상상력을 자극하고 낭만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지금은 너무 많은 정보로 연예인도 대중도 피곤한 것 같다는 생각이. 


이소라가 11년(나가수가 이렇게 오래 됐다니!)도에 커버한 버전은 정말 그냥 이소라의 원곡 같은 느낌이 들 정도. 정말 너무너무너무 좋다 이 버전도. 방송 버전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소라 -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2011)

https://www.youtube.com/watch?v=9CHe3PKjRj8




김완선 - 가장무도회 (1991)

https://www.youtube.com/watch?v=c5qKIdP_IWw


발라드나 R&B 장르는 아니지만 그냥 너무 좋은 노래인 가장무도회. 가사가 한 편의... 포스트모더니즘 시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진실은 회색 빌딩 사이로 숨어버렸나/아무도 마음 깊은 곳은 보여주려 하지 않네" 이 부분. 노래 제목을 어떻게 가장무도회로 지을 생각을 했을까. 


이 노래 들으면 왠지 이이언의 슬픈 마네킹이라는 곡이 떠오른다. 이 노래는 90년도에 발표된 현진영의 원곡을 편곡하여 수록한 곡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화려한 공간에서의 외로움, 단절 같은 게 느껴진다. 뭔가 90년대는 회색 빌딩, 마네킹, 무도회 이렇게 사람 많은 공간이 등장하고 휘청휘청하는 외로움 같은 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외로움을 지금 Z세대들이 모르는 게 아니라서 뉴트로 열풍이 부는 게 아닐까?




사랑하지 않아도 애인될 수 있는

외로운 사람들이 축제를 하네


진실은 회색 빌딩 사이로 숨어버렸나

아무도 마음 깊은 곳은 보여주려 하지 않네




대종상무대 레전드. 눈빛 진짜 카리스마 있다. 


그리고 태민 Move 처음 공개됐을 때 사람들이 김완선 계보를 잇는 섹시스타 이태민이라고 했었는데 그게 왜인지 이 무대를 보고 이해가 갔다. 태민 Move 만들 때 정말 작정하고 클래식한 섹시 버전(?)으로 생각했구나 싶었다. 오히려 지금 나오면 뉴트로 열풍하고 더불어서 무브 더 잘 되지 않을까...? 싶음. 


이거는 너무 여담이었고 이이언의 이 노래도 좋다.




이이언 - 슬픈 마네킹 (2012)

https://www.youtube.com/watch?v=oPB2JwqL26w


사람들 시선 이젠 싫어

메마른 웃음만 남아 자꾸 슬퍼지는 마네킹




현진영과 와와 - 슬픈 마네킹 (1991)

https://www.youtube.com/watch?v=vFbwe0m_EVo




90년대 음악, 패션 등 문화가 왜 다시 유행하는 걸까? 인기를 얻는 걸까? 


고민해보았고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자면 화려한 분위기 + 그러나 개인의 고독을 말하고 있는 점에서 지금 세대들이 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이 연결될 수 있는 수단은 늘어났지만 결국 인간의 고독의 총량은 일정하니까. 더 늘어날 수도 있으니까. 그건 시대가 해결해줄 수 없는 부분이니까. 좀 쓸쓸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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