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아니면 실패인가요?

by 드타

수도권 중심주의가 만든 조용한 낙인


“서울 아니면 안 된다.”

이 말은 많은 청년들의 진로와 삶을 조용히 조종해 온 암묵적 기준이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시작도 전에 낙인찍히고, 지방 근무지라는 말에 이직을 고민하게 되는 현실.


언제부턴가 서울은 ‘성공’의 상징이 되었고, 그 외의 모든 곳은 ‘그나마 없는 것보단 나은’ 곳으로 밀려났다.

지방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혹은 지방의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실력보다 출신지를 먼저 보는 사회.

“어디 나왔어?”라는 질문에 서울 두 글자가 없다면, 대화의 온도가 달라진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입사 전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출신 지역을 감추는 이들이 있고,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비싼 월세를 감수하면서도 거주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책 결정권자 대부분이 수도권 표심에 결정된다.

그들의 ‘상식’은 서울 기준이고, ‘현장감’은 강남과 여의도에서 생긴다.

지방의 교통망, 산업 구조, 청년 유출 같은 문제는 “그 동네 사정이 그렇다더라”는 간접 정보로만 파악된다.


그러니 대책은 언제나 서울 기준, 보도는 언제나 수도권 사례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 날씨”를 알려준다면서도 서울 기온을 기준으로 삼고, 지방 이슈는 ‘변두리 뉴스’ 취급을 받는다.

심지어 입시 지도까지도 서울 고등학교 중심으로 맞춰진 콘텐츠가 대다수다.

지방 고등학교나 대학이 언급되는 건 기적 같은 입시 성공 사례가 있을 때뿐이다.


더 안타까운 건, 이런 구조가 청년 세대 내부에도 뿌리내렸다는 사실이다.

지방에서 나고 자란 이들도 서울을 기준 삼아 자신을 평가한다.

지방에서의 성공은 “서울만큼은 아니지만”이라는 전제를 달고 시작되고, 지방에 남기로 한 선택은 “그래도 가족이랑 가까우니까”라고 덧붙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정말로 서울이 아니면 안 되는 걸까?

지방에서 살면서도 괜찮은 삶을 꾸릴 수는 없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왜냐면 이미 사회 전체가 그 반대를 전제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감정의 문제나 지역 자존심이 아니다.

수도권 중심주의는 인재의 편중, 지역 소멸, 청년 유출, 부동산 과열 등 다양한 사회 문제와 직결된다.


서울이 더 이상 팽창할 수 없는 구조에 다다른 지금, 지방이 고립된 채 버려지는 건 국가 전체의 리스크다.

해결을 위해선 단순한 지역 지원금이나 혁신도시 조성 같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정책 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고, 언론의 관점을 지방까지 넓히며, 교육 과정 속에서도 지역 다양성을 존중하는 흐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방에 있는 개인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보지 않는 일이다.

‘서울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은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전해져야 할 새로운 상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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