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보이지 않는 위계로 구성되어 있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이냐”는 말은 이제 관용구처럼 쓰인다. 우리는 ‘갑’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경쟁하고, 조직 안에서 위로 올라가려 한다. 상사가 갑이고, 고객이 갑이고, 자본이 갑이라는 말은 이제 너무 익숙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정말 갑은 그들일까? 겉으로 보이는 힘과 실질적인 주도권은 꼭 일치할까?
세상은 종종 ‘갑’처럼 보이는 이들이 실은 을의 역할을 하고, ‘을’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실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갑과 을은 단순한 위치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바뀌는 역학이다.
누가 돈을 내는가? 누가 선택하는가?
사업 구조를 들여다보면 진짜 갑이 누구인지 명확해진다. 흔히 사업가는 ‘갑’이라고 생각된다. 회사를 경영하고, 직원을 고용하며, 계약을 따내고, 상품을 판다. 하지만 이 사업가가 시장에 상품을 내놓았을 때, 실질적으로 ‘결정권’을 가진 이는 누구인가?
바로 소비자다. 소비자가 외면하면 그 사업은 무너진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도 선택받지 못하면 의미 없다. 즉, 돈을 주는 사람이 갑이다. 돈을 받는 사람은 언제나 선택당하는 위치에 있다.
우리는 대개 ‘지시하는 사람’을 갑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진짜 권한은 지시를 받아주는 사람, 즉 수용자의 손에 있다. 고객이 거부하면 사업은 멈추고, 노동자가 퇴사하면 조직은 멈춘다. 세상은 ‘받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하는 사람’ 중심으로 돌아간다.
겉으로 보이는 힘에 속지 말 것.
직장에서 상사는 지시를 내린다. 우리는 그를 ‘갑’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상사 역시 더 위의 임원에게 보고하고, 그 임원은 또 대주주나 본사 혹은 고객사의 평가에 따라 움직인다. 심지어는 사회적 여론이나 언론의 시선, 소비자의 반응에도 좌우된다. 이처럼 권력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 같지만, 실은 아래의 반응에 따라 위가 흔들린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평생 을로 살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위계를 절대적이라 믿고, 모든 결정을 타인의 의도에 맡겨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관계의 구조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은, 그 안에서 심리적 갑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을’처럼 보이지만 주도권을 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는 겉으로는 을이지만 주도권을 쥔 사람들이 있다. 프리랜서 작가, 독립 자영업자, 유명 크리에이터. 이들은 조직 내 위계로부터 자유롭고, 관계를 스스로 조율한다. 물론 이들에게도 고객은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관계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을’로 보이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알고, 협상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며, 자신만의 삶의 속도를 지키는 사람. 그런 사람은 언제나 갑과의 거래에서도 꿋꿋하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관계는 평등해지기 때문이다.
주도권은 ‘조건’이 아니라 ‘태도’에서 나온다.
실질적인 권력을 가지려면, 두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
첫째, 돈을 쥔 자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자가 진짜 갑이라는 것.
둘째, 그 선택은 외부가 아닌 내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
상대가 나보다 권력이 많고, 지위가 높고, 돈이 많더라도, 내가 선택의 여지를 갖고 있다면 나는 절대 을이 아니다. 내가 그 일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고, 그 관계를 유지할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다면, 나는 그 순간 ‘을처럼 보이지만 을이 아닌 사람’이 된다.
주도권은 조건이 아니라 태도에서 출발한다. 선택의 가능성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의외로 많은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갑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존재감을 갖게 된다.
당신은 지금 누구에게 선택당하고 있는가?
혹시 모든 선택을 타인의 기대에 맡기고 있진 않은가?
회사의 결정, 가족의 기대, 사회의 기준에 맞춰만 살고 있다면, 당신은 스스로 ‘을’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질문을 바꾸자.
나는 어떤 관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나는 왜 그 선택을 유예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삶의 흐름은 바뀐다.
진짜 갑이 누구인지는 ‘어떤 자리’에 있는지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가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