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외침도 메아리가 울리는데 내 길은 수만 갈래임에도 돌아올 방법을 잊었나 보다. 많이도 헤맨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닌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기에. 어름마다 발등을 넘는 발자국을 남겼고, 가끔 강물이 이어지는 곳이면 내리는 질척한 눈물이 물살에 보탬이 되었다. 멀리 보라는 말이 되레 날 근시안적으로 만드는 듯해 끝내 맹인을 자처한 나는, 눈꺼풀을 비집고 들어오는 빛을 마지막 보루로 남겨야 했다. 타들어 간 플라타너스 이파리에 부끄러운 얼굴을 한껏 가리자. 그리고선 구멍으로 빼꼼 내민 눈에 뜨거운 빛이 느껴지면 방향을 기억하자. 돌아갈 수 없으니, 언젠가 돌아올 거라 믿는 날을 쓰라리게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