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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한수가 실연을 하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을 즈음 정배는 농사꾼에서 중 목수 소리를 들었다. 남의 논을 빌려 소작을 하면서 다 쓰러져 가는 자신의 오두막을 헐고 현대식으로 쓰기 좋게 집을 고쳤다. 그가 허름한 자기 집을 쓰기 좋게 현대식으로 고치자 여기저기서 집 좀 고쳐달라는 부탁을 심심찮게 받았다. 정배는 원체 부지런했다. 일손 야무지고, 손재주가 뛰어난 그를 동네 사람들은 상일꾼으로 불렀다. 마침 농촌에 주택 개량 붐이 불기 시작할 때였다. 정배는 농한기를 이용해 이 동네, 저 동네로 불려 다니며 목수 일도 하고, 미장일도 했다. 그러자니 자연스럽게 손 맞잡이가 필요했고, 한수를 데리고 다니게 되었다. 한수는 공부 머리만 좋은 게 아니라 눈썰미도 있어서 무슨 일이든지 금세 배웠다. 일손도 야무지긴 한데 흠이라면 한 가지 일을 질레 못했다. 똑같은 일을 시키면 금세 싫증을 냈다.
한 번은 일 하다 말고 빈둥거리며 시간만 축내고 있기에 슬쩍 빗대어 한 마디 했다.
“아무래도 너 장가가는 것 포기해야겠다. 여자도 일처럼 금세 싫증 나면 어쩔래?”
“지당한 말씀입니더. 우리 엄니가 좀 알아들었으면 좋겠습니더. 진짜 나는 한 여자랑 평생 살 자신 없는데. 우리 엄니는 죽자 사자 장개 못 보내 환장을 하니.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지 예.”
그러면서도 줄기차게 맞선은 봤다. 그렇게 삼십 대를 넘기고 사십 대에 접어들었다. 사실 촌에 들어와 살겠다는 처녀도 없다. 좋다는 여자는 한수가 퇴짜를 놨고, 한수가 맘에 드는 여자는 여자가 퇴짜를 놨다. 대실 띠의 허리는 해마다 조금씩 꺾어져 지팡이를 짚었건만 한수는 여전히 총각 딱지를 떼지 못했다. 항간에서는 고무신 거꾸로 신은 그 여자를 못 잊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본인이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
어쨌거나 한수는 낙천적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면 설마 장가 안 가겠느냐고 천하태평이다. 천성이 낙천적이고 호방한 성격이라 그가 보기엔 거침없이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친구로 보였다.
“아저씨, 커피 잡숫고 하세요. 그릇도 챙겨 가야 하는데.”
갑자기 그의 뒤에서 여자의 소프라노가 귀청을 때린다.
정배가 흠칫 놀라 일손을 멈췄다. 커피 두 잔이 담긴 쟁반을 든 여자는 어디 외출이라도 할 것처럼 주름이 많이 잡힌 풍성한 긴치마에 몸에 딱 붙는 니트 윗도리를 입었는데 가슴이 훤하게 팬 것이다.
“아지매요. 갑바 옆에 있는 저거 안 보이요? 눈 놔뒀다 오데 써 물 라요?”
한수의 대답은 아예 시비조다.
“내가 아저씨 보고 물었소? 목수 아저씨한테 물었지”
여자도 샐쭉해서 톡 쏜다.
“나이도 물만큼 문 아지매가 옷이 거기 머요? 우유 통이 금세 쏟아지겠소. 갈롱 지 봤자 볼썽사납기만 하제. 아지매가 아직 청춘인 줄 아요? 옷 좀 툭툭하게 입고 오소. 아무도 아지매 몸매에 관심 없으니께.”
“남이야 옷을 입든 말든 아저씨가 뭔 상관이죠? 참말로 별 희한한 남정네 다 봤네.”
여자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아이가, 그러다 두 사람 정들겠소. 한수야, 그만해라.”
아무래도 몇 마디 더 오가다가는 싸움 날 것 같아서 그가 중간에 섰다.
그들이 커피를 마시는 동안 여자는 뼈대가 갖추어진 집을 둘러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집이 다 되면 참 예쁘겠네. 불쌍한 우리 오빠, 엄마 아플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사람이 저거 여편네는 살리고 싶어서 이 한겨울에 황토 집 짓는다고 난리니. 참 딱해. 언니한테 하는 반만 우리 엄마한테 해도 효자 소리 들을 낀데. 살 가망도 없다는데. 황토의 좋은 기운을 받아 기사회생이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꼬.”
여자의 얼굴에 근심이 사르르 어린다.
“아지매, 똥 밟았소? 말라꼬 혼자 구시렁구시렁 하요. 이바구를 할라모 넘이 듣도록 제대로 해 보든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울것소.”
“참, 그 아저씨 이상하네. 남이야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던지 말든지. 헛소리 작작하시고 일이나 열심히 하소. 일하는 것 보니 품삯 도로 받아내야겠네.”
여자가 한수에게 한 마디 야무지게 쏘아주고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몸짓으로 멀어져 갔다.
정배는 멀어져 가는 여자를 보며 한 성깔 하겠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궁둥이를 일부러 흔드는 것 같지는 않지만 유난히 둥그스름한 것이 돋보였다. 정배는 여자의 뒤태를 바라보며 제법 쓸만한 몸매를 가진 여자라고 느꼈다. 한수 말처럼 마음만 먹는다면 내 여자가 될 수 있을까. 저 여자 진짜 나를 좋아하는 것일까? 궁둥이가 탱탱한 것이 만질 만하겠네. 이런 생각을 하다 퍼떡 정신이 들었다. 나 참, 미치겠네. 속으로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리는데 한수가 여자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맛있는 거 해서 또 가지고 오소. 벌써 배가 출출한데 돼지 괴기 삼겹살에 쇠주나 한 잔 내 오모 올매나 좋을꼬. 그라고 아지매요. 궁디 좀 고마 흔드소. 숫총각 간이 덜렁덜렁하요.”
“아저씨, 정말 못 쓰겠네.”
여자가 뒤로 돌아서더니 앙칼지게 내 쏘고 제 집으로 향한다.
“허, 그 여자 성질머리 하나는 있네. 여자가 조리 톡 쏘는 맛이 있어야 땡기는 맛도 나제.”
“또 봐라. 생각이 엉뚱한데 만 가 있으니 일은 온제 다 할 끼고. 빨리 이노무 집이나 완성했으면 좋겠다. 날이 더 추버지모 미장할 일이 걱정이거든. 빨리 이거 다듬어 놓고 방구들 놓고 벽채 쌓아야 하는데 여자하고 노닥거릴 짬이 오데 있노. 퍼떡 니 할 일이나 해라.”
정배는 한수에게 옹이를 박았다.
“옙, 아따 데기 메르쿠네. 근데 형님요. 진짜 황토가 우리 몸에 좋은 기라요?”
“와, 또? 인자 여자가 아니라 집이가?”
정배가 퉁을 줘도 한수는 능글능글하다.
“근데 저어....... 형님, 저 여자 진짜 이혼녀요?”
아무래도 한수는 그 여자에 대한 궁금증을 풀지 않고는 못 배길 모양이다.
“맞다니까. 저거 어마이가 그랬으니 거짓말은 아니것제.”
“딸내미는 없는 것 같던데.”
“딸은 저거 아비가 키우것제. 아무래도 점심 묵고 일 해야겠다. 니 맘이 딴데 가 있는데 일이나 제대로 하것나. 두불 일 하도록 만 해 봐라.”
“이혼녀도 과부에 속 하요?”
“글쎄, 남편 죽은 여자를 과부라 하니까. 이혼녀도 과부에 속하는 건가? 죽은 건 아닌데. 헌 여자가 맞나, 헌 처자가 맞나.”
“헌 여자? 헌계집이라는 말은 들어도 헌 여자라는 말은 못 들었소.”
“계집보다는 여자라는 말이 낫잖나.”
한수가 배꼽을 잡고 웃더니 그 여자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형님, 그 여자 입만 뻥긋하면 저거 오빠 험담이니 아무래도 꼬인 게 많은 오누이 같지 않우? 그 여자 십팔번이 이거 아잉교. ‘우리 오빠는 저거 마누라밖에 몰라요. 하는 꼴을 보모 간도 쓸개도 없는 사람 같아요. 우리 옴마한테 그 반에 반만 해도 효자 소리 들을 긴데. 우리 오빠 미워서 점심 못 해 준다 캐서 미안해요.’ 형님, 미안하다는데 점심 좀 해 조라 쿠까 요? 형수님이 좀 편하고로. 그나저나 밥을 해 준다 캐도 문제네. 반찬이 영 그러니 말이오.”
그는 그만 참았던 웃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사실 말이지만 새벽마다 두 사람 점심 도시락을 싸야 하는 아내 생각하면 밖에서 점심 한 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아내 위하는 길인데 싶어 마음이 무겁다. 읍내까지 나가서 밥을 먹고 오려면 시간이 너무 걸리는 점도 있지만 속내는 음식점에서 먹는 음식이 마음에 안 차는 탓이다. 화학조미료 일색이니 솔직히 먹기가 힘들다.
“그나저나 걱정은 걱정이네.”
“뭐가 또?”
“우리 형수님 눈에 눈물 날 일 생길까 봐서. 그게 영 걸리네.”
“자꾸 그런 말 할래? 듣기 좋은 소리도 자꾸 하면 싫증 난다.”
한수에게 버럭 화를 내는 척했지만 한수의 말도 빈말이 아니란 것을 느낀다. 어쩐 일인지 여자가 그에게 마음을 주는 눈치다. 정배는 여자가 살갑게 구는 게 싫지 않다. 세상 모든 사내에게 물어봐라. 여자가 꼬리 치는데 싫어할 남자 있는지. 더구나 사내 맛 아는 헌 계집 아닌가. 낯선 남자의 향기라도 맡고 싶겠지. 한수 보기 영 미안타.
해서 정배는 여자가 오면 일부러 딴청을 부린다. 그를 가운데 두고 한수와 여자가 티격태격하면서도 죽이 잘 맞는다. 그러다가 그가 슬쩍 자리를 비우면 여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새침해져서 뒤도 안 돌아보고 제 집으로 가 버린다.
“한수야!”
“와요?”
“니 고마 베트남 처니 접어 삐고 저 아지매 우떻노? 내가 다리 함 놔 봐?”
“괜한 말 마소. 딴 사내한테 맘 있는 헌 여자 한 축을 준다 캐도 나는 싫소. 단맛 다 빠진 여자가 성질머리도 지랄 같은데. 저런 여자 누가 좋아하겠소. 근데 형님, 저 여자 따로 만난 적 없소?”
“흰소리 마라. 집 사람이 들었다가는 뼈도 못 추린다.”
“형수님이 강짜가 심하요? 강짜 없는 여자는 매력 없는데. 역시 형수님답네.”
“내가 말을 말아야지. 가서 일이나 해라.”
정배는 입을 다물었다. 이웃에 살면서 그가 있으나 없으나 스스럼없이 내왕하지만 가끔 한수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 여자처럼 아내에게 유난히 친절하기 때문이다. 아내 말에 의하면 ‘벽창호 같은 당신보다 이해심도 많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란다. 아내는 한수가 혼자 늙어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몇 번 중매를 섰다. 그때마다 퇴짜를 놓은 쪽은 한수였다. 농촌에 살 기본이 안 된 여자라거나 낭비벽이 심하다고 티를 잡아냈다. 두어 번 그런 일을 겪고 나서 아내는 ‘한수 씨는 장가갈 마음이 통 없어.’라고 결론지었다.
“형수님 반만이라도 음식 솜씨가 좋으면 또 몰라.”
“혼자서 뭘 구시렁거려?”
“아닙니더. 낼은 지붕을 덮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더.”
한수가 딴청을 부리며 멀어져 가자 정배는 다시 일속으로 빠져든다. 나무를 다듬고 있을 때 정배는 무념무상이다. 잡념 없이 빠져들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 천직이라 하든가.
두 달 반 만에 아담한 한 옥 한 채가 마무리되었다. 겨울 한파를 이겨내며 지은 집, 정배는 자신이 참 대견스럽다. 또한 손 맞잡아 준 한수도 무척 고맙다. 정배는 집을 빙 돌아가며 벽과 기둥 사이를 살폈다. 벽과 기둥 사이를 틈 안 벌어지게 발라놔도 날씨가 추워 꽁꽁 얼었다 녹으면 저절로 쩍쩍 금이 가곤 했다. 어떻게 하면 금이 안 가도록 할 수 있을까. 친 환경으로 마무리를 깔끔하게 할 수 없을까.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옛날 집 지을 때 벽과 기둥 사이 틈은 무엇으로 마무리했는지 묻기도 하고, 책도 찾아 읽었다. 미역이나 다시마, 우뭇가사리, 밀가루, 등으로 걸쭉하게 풀을 쑤어 부드러운 황토나 석회를 섞어 마무리하면 된다기에 집에서 예습 복습도 열심히 하고, 건어물 전에 가서 우뭇가사리를 사 와서 푹 고아 체에 곱게 친 황토와 이개서 땜질을 하기도 여러 번이다. 지금도 구석에서 한수 혼자 열심히 벽과 기둥의 이음새 부분에 걸쭉하게 이긴 찰흙으로 틈을 메우고 있는 중이다.
정배는 겉만 마무리하면 그의 할 일은 끝나는 셈이다. 정배는 새삼스럽게 벽도 짚어 보고, 기둥도 쓰다듬어 봤다. 굵은 나무 기둥에 돌과 황토벽돌을 쌓아 만든 벽, 군불을 때 놓은 아궁이에 중간 크기의 무쇠 가마솥을 걸었더니 아주 멋스럽다. 불도 잘 들어가고, 방도 따뜻했다. 더구나 너와로 이은 지붕과 지붕 옆에 쑥 뽑아 올린 굴뚝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연기가 볼수록 정겹다. 또한 뒤편으로 산이 둥그스름하게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 아늑하고 편안해 보인다.
집터는 원래 여자네 집 뒤쪽 제법 높은 산비탈에 있는 텃밭이었다. 텃밭을 밀어 지은 집이기에 앞이 확 터였다. 밑에 푹 꺼진 느낌의 양옥으로 지은 안채와는 별도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이 좀 흠이긴 하다. 안채와 연결되는 곳에 나무 사철나무나 광나무 같은 생 울타리를 둘러치고 대문을 따로 낸다면 단독주택이나 진배없을 것 같았다.
“집이 참 예뻐요.”
언제 왔는지 여자가 그의 뒤에 서 있다. 정배는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는 혼잣말처럼 한 마디 더 했다.
“신혼살림 차리면 딱이겠네.”
정배는 여자를 슬쩍 쳐다보며 말을 받았다.
“좋은 사람 있으면 신방 차리지 예. 인자 다 됐는데. 벽지랑 장판 사다가 깔모 되는데.”
“그것도 다 해 주실 거지요?”
“그건 계약에서 빠진 겁니다. 집주인이 하셔야지 예.”
“오빠가 저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거든요. 요새 오빠가 정신이 없어서요.”
“그러고 보니 요새 통 안 와 보시는 것 같은데.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예?”
“언니가 많이 안 좋아요. 어쩌면 이 집에 못 들어올지도 몰라요. 그나저나 도배랑 장판도 알아서 좀 해 주이소.”
“그건 저기 총각한테 말해 보이소. 저 친구가 꼼꼼하게 잘하는데.”
여자가 한수를 째려본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여자와 한수는 그동안 얼굴 마주치면서 원수처럼 으르렁거렸다. 서로 한 마디도 안 지려고 해서 가운데 든 그를 힘들게 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기가 질렸다면 맞는 말이다. 그렇게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다가도 한 이틀 안 보이면 슬며시 안부를 물어왔다. 그것도 꼭 그를 가운데 두고 묻는 것이었다. ‘그 여자 오데 갔는가.’ 혹은 ‘그 남자 인자 안 와요?’ 안 보니까 시원하지 않으냐고 물으면 둘 다 시무룩해서 한다는 말이 ‘어째 바람 빠진 풍선 같이 재미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한수야, 장판이랑 벽지까지 사다가 발라주면 좋겠다는데. 어쩔래?”
한수는 듣고도 대답이 없다. 대답을 기다리다 종내 말이 없어 다시 물었다.
“내 말 안 들리나? 와 대답이 없노? 되모 되고, 안 되모 안 되고.”
“그 여자는 입이 없습니꺼. 형님이 통역하게.”
여자가 입을 비쭉거리며 말을 받았다.
“값도 안 나가는 아저씨가 되게 튕기네. 해 줄 거라요 안 해 줄 거라요?”
“대신 따로 만나 준다든가. 삯을 곱빼기로 쳐 준다든가. 뭐가 있어야 할 맛이 나것제.”
한수의 대답은 능글능글하다.
“삯을 곱빼기로 쳐 주지요.”
“그것 갖고는 못하겠는데요. 솔직히 아지매가 좋아서 만나자는 기 아니고 서로 홀가분하게 즐기는 것도 괜찮다 싶어서. 우리 형님한테야 천 날 만 날 목매달아 봤자 아지매만 고풀 뿐이고. 탁 깨 놓고 말해 보소. 내 제안이 우떻소? 두어 달 겪어 봐서 서로 성질은 알만큼 아는 기고. 인자 볼 날도 며칠 안 남았는데. 마무리나 잘 하자는 식으로다가.......”
“참말로 기가 찰 노릇이네. 저 아저씨 때매 명대로 못 살겠어요. 사람이 좀 진실해 보여야 말이 통하지.”
“그렁깨 명대로 살자면 내 하자하는 대로 해 주면 된다 안 하요.”
“알았어요.”
어째 여자의 대답이 시원하게 나오는 것이 요상타. 쇠뿔은 단숨에 빼라 했겠다.
“말 나온 김에 니 아주머니 모시고 장판이랑 벽지 좀 사 온나. 해 떨어지기 전에.”
그가 한수를 재촉하자 여자는 한수의 눈치를 살짝 살피더니
“그럼 집 앞으로 내려 오이소. 집에 들렀다 가방 챙겨 나갈게요.”
하면서 득달같이 집 쪽으로 뛰어갔다.
한수가 트럭을 몰고 여자 집 앞으로 가는 것을 보며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황토 집 한 채 짓는 동안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 하나도 튼튼하게 놓은 것 같다. 그런데 어째 속이 자꾸 출출해질까. 꿩 대신 닭이라고 여자 마음이 처음부터 한수에게 있었던 것은 아닌지. ‘거참, 씨앗을 심긴 심은 것 같은데 제대로 발아나 할 건지. 근데 어째서 배가 고플까.’ 그는 한 두 끼가 아니라 아예 두어 달 굶은 것처럼 헛헛한 속을 자꾸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