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연꽃 전설 11

송장 산에 뿌린 눈물.

by 박래여


11. 송장 산에 뿌린 눈물.


외삼촌과 된장찌개 백반을 먹고 택시를 탔다.

“기사 양반 장함산 웃동네로 가입시더.”

“장함 산 예?”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목소리가 높아졌다.

“와 그리 놀래노? 장함 산을 아나?”

“아, 예. 봄에 사무실에서 단체로 등산을 갔었습니더.”

나는 외삼촌이 의아한 듯이 쳐다보는 것에 머쓱해져서 옹색한 답변을 했다. 장함 산이라면 김 주사의 고향이기도 하고, 숙이라는 아가씨가 있는 곳이 아닌가, 아니 그 보다 더 나를 잠 못 들게 하던 그 집과 대나무 숲 안에 있던 그 집이 있는 마을이 아닌가.

길가의 풍경도 낯설지 않았다. 어쩐지 나는 오래전부터 잘 알던 고장처럼 정답게 느껴졌다. 다시 오고 싶었던 곳인데. 어머니와 영덕이와 함께 와 보고 싶었던 고장이었는데.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겨우 몇 개월 전에는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했든가. 막연하게 그리워했던 고장이었다. 처음 다녀간 곳에 대한 이상한 애착에 몸살을 앓았던 것이 그러면 어머니와 연관된 곳이었고 내 어머니의 고향이었기 때문에 그랬든가. 내 조상의 혼백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기에 그 영혼들이 나를 불러들였던 것인가.

“여게 분이 아닌 것 같은데 우찌 가십니꺼?”

내 또래의 수더분하게 생긴 기사가 물었다.

“누구 찾아볼 사람이 있어 가는 길이오.”

외삼촌과 기사가 나누는 이야기를 한쪽 귀로 들으며 나는 어머니의 고향 풍경을 새롭게 음미했다. 무릎 위에 얹힌 보따리를 소중하게 감싸 안으며 속으로 되뇌었다. 어머니, 살아생전 그토록 오고 싶었을 고향, 이렇게 오시다니요. 왜 고향에 못 오셨습니까. 강산이 여러 번 변했듯이 어머니의 흠집도 다 가라앉아 이미 다들 잊었을 텐데. 세상에 용서받지 못할 것은 없다 했는데. 왜 이리 허무하게 가셨습니까.

택시는 삼거리에서 꺾었다. 길옆에 내가 왔을 때는 없던 커다란 버섯 공장과 현대식 음식점이 들어서 있었다. 그때는 좁은 길옆의 논밭에서 채소며, 고추 들깨가 이들이들하게 자라고 있었고, 누렇게 익어가던 보리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얼마나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던가.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말라 있었다. 보리를 심은 논이 더러 있기는 해도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고 산도 잿빛이었다. 띄엄띄엄 서 있는 소나무만 짙푸른 것이 묘한 이질감을 주었다.

장함산 아래 웃담 들어가는 마을 입구에는 여전히 당산나무가 앙상한 가지들을 사방으로 뻗치며 서 있었고 동신제를 지내는 돌무더기에는 새끼줄이 쳐져 있었다. 울긋불긋한 헝겊을 달고 웅크린 모습이 영락없는 문지기다. 나는 장함 산을 올려다보았다. 산은 회색 돌비알이 긴 폭포처럼 골짜기를 이루고, 우뚝 솟은 바위와 뾰족해 보이는 산꼭대기가 강한 기운을 느끼게 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성정이 강하고 당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산 주릉은 아래로 내려오면서 쥘부채를 쫙 폈을 때처럼 퍼졌고, 그 부채 살이 평평하게 퍼져 흐른 곳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산이 둥그스름하게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산세가 빼어났다. 아래쪽으로는 소나무가 울창해 푸른빛이었지만 위쪽은 잡목들로 잿빛이었다.

김 주사가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산이예. 귀한 약초가 많이 나는 산이라고 알려졌습니더. 우리 동네에 약초 꾼 할배가 있습니더. 민간약에 대해서 알고 싶으모 그 할배 찾아 가모됩니더.”

“그래, 나도 불로초나 한 뿌리 캐 볼까.”

“참 과장님도, 산 먼당에 올라 가모 신기하게도 새미가 있습니더. 동네 노인들께 물었더니 옛날부터 할미 샘이라 캤답니더. 물은 많지 않지만 목은 축일만 합니더. 참 신기하지요. 백두산이나 한라산 맹키로 산 먼당에 물이 있는 기라예. 그 물이 약수라고 알려져서 등산객들이 줄을 잇는 깁니더.”

산 정상에서 조금 아래에 정말로 샘이 있었다. 바위 틈새에서 졸졸 흐르는 물인데 누군가 대나무 호스를 끼워 놓고, 그 옆에 십자형의 팻말을 세웠다. 팻말에는 <뒤에 오는 분을 생각해 주십시오.>라고 쓰여 있고, 조롱박으로 만든 박 바가지 몇 개에 철사 고리를 만들어 걸어 놨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장함산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곳에 다시 한번 와 보려고 그리도 별렀는데 어머니 유골 항아리를 안고 다시 오다니 세상일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외삼촌, 어머이 고향이 진짜로 여기 맞습니꺼?”

나는 결국 묻고 말았다.

“그라모. 여개서 나고 컸제. 저 옆 논들이 다 큰 집 논이었고 우리 논은 저 산 밑에 있었다.”

외삼촌도 고향땅을 다시 둘러보는 것이 감개무량한지 창밖을 손가락질하며 들을 가리켰다. 꿈뜰이었다. 그 꿈뜰의 임자는 그 고가였다고 들었는데 그럼 그 집이 큰 외할아버지 댁이란 말인가.

나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 전설이 살아있는 집과 내가 핏줄이라는 끈에 묶여 있었더란 말인가. 내 아버지도 이 마을에 살았다는 이야긴데. 나는 누구의 자식이란 말인가. 아무도 어머니가 나를 임신하고 나간 것을 모른다고 했다. 외삼촌도 몰랐다니까. 그럼 내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가.

“순심이라는 분은 오데 삽니꺼?”

나는 어머니가 내게 남기고 간 그 봉투를 생각했다.

“웃담에 산다.”

“아직 정정하십니꺼?”

“지난해 벌초 하로 와서 만날 때는 건강했는데 늙은이 명이란 알 수가 없제. 그 새 무슨 일이사 있었것나.”

“만나보고 싶습니더.”

“그러제. 너거 옴마가 만나 보라 했싱께. 찾아가 봐야것제. 기사 양반, 저기 잠깐 세워 주소.”

택시가 마을 회관 옆에 있는 구멍가게 앞에 서자 외삼촌은 나보고 잠깐 그대로 있으라 하고 차에서 내리더니 가게로 들어갔다 나왔다. 외삼촌의 손에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택시는 다시 출발했다. 혹시나 했던 대로 그 고가 뒤로 난 길을 따라갔다. 고가를 둘러싸고 있는 대나무밭은 여전히 푸르렀고 대나무가 일렁일 때마다 참새들이 와그르르 날아올랐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그 집을 바라보았다. 외삼촌도 그 집을 넘겨다보고 있었다.

“외삼촌! 저 집에 대해 아십니꺼?”

“와?”

“그냥 예. 저 집에 가 본 기억이 나서......”

“가 봤더나 니가?”

“예. 지난봄에 산에 갔다 오는 길에 잠시 둘러보았지 예.”

“그랬구나. 조상님이 불렀던 모냥이다. 인자 느므 집이니 말하모 머하것노.”

“무슨 말입니꺼?”

“니 큰 외할배가 살던 집이다.”

외삼촌은 한숨을 푹 쉬었다. 나의 예감은 적중했고 나는 어떻게 이 모든 것을 풀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데

“손님 오데서 내릴랍니꺼?”

기사 아저씨가 내릴 자리를 물었다.

“저 모퉁이 돌아서 세우소.”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외삼촌은 비닐봉지를 들고 길섶에 앉아 담배를 한 대 피우고는 길 아래쪽 논 위로 난 산 모롱이 길을 휘적휘적 앞서 걸어갔다. 외삼촌은 자꾸 뒤처지는 나를 몰아세웠다. 산에는 겨울 해가 더 빨리 진다면서 어둠살 내리기 전에 빨리 갔다 와야 한다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길 밑으로 다랑이가 층층이 앉아 있었고 그 위에 큰 못이 있었다. 물 배미 위의 양철 다리를 건너 못 둑에 올라섰다. 못 물이 반이나 찼는데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거렸다. 그 물빛을 바라보다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청둥오리 떼였다. 자맥질을 하면서 질서 있게 움직이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다. 어머니는 저 못에서 우렁이도 잡고 민물조개도 잡았던 것일까

“내가 어리서 살던 동네가 먼 시골구석이었다. 그 마을 우에 가모 큰 못이 있었는데 일본 사람 기술자가 와서 그 못을 만든다꼬 사람들을 동원했었다. 순사들이 지키고 서서 일을 시켰제. 순사는 다 일본 사람이고 감독이라는 사람도 일본 사람이었고 쎄빠지고로 등짐 짐시로 고생하는 사람은 동네 사람이었다. 남자들은 땅을 파내고 여자들은 소쿠리나 다래이를 가지고 그 흙하고 돌을 일일이 다 못 둑에 쌓았다. 소달구지까지 동원되어 몇 달이나 걸려 그 못이 완성되었다. 못 바닥에 망께 다지기 할 때 보모 흰 옷 입은 사람들이 버얼건 황토물에 목간 하고 나온 거 맹키로 보였니라. 못이 빠르게 완성되고 골짝에 물이 그 못에 괴자 사람들은 조개를 갖다 넣고 괴기 새끼를 잡아다 넣었다. 몇 년 안 지내서 못에 물을 빼고 나모 동네 사람들이 하리 일을 쉼시로 괴기를 잡고 논 고동을 주웠니라. 그 새 괴기들이 새끼를 쳐서 팔뚝만 한 괴기가 버글버글 했제. 괴기는 물 따라 올라온다는 말이 맞는지 몰라도 그것들이 오른 밥상이 진수성찬이 아닐 수 없었니라. 동네 알라들은 온종일 못에서 살았제. 가재랑 미꼬라지 등 별의별 괴기가 다 있었싱께 올매나 재미 난지 배고픈 줄도 모를 정도였든 기라.”

한 여름날 저녁때면 구포늪가에 우렁이를 잡으려 다니면서 어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였다. 어머니는 그렇게 고향을 그리셨던 것이다.

“다 왔다.”

못 둑을 돌아 논둑길을 올랐다. 억새가 키 넘게 자란 다랑이 묵정 논 위에 서서 다리 쉼을 했다. 작은 골짜기 옆으로 손바닥만 한 다랑이가 비스듬하게 이루어져 있는데 못 바로 위에 있는 논은 아직도 쌀농사를 짓는 모양이었지만 그 위로는 묵정이가 된 지 오랜 것 같았다.

외삼촌은 논길을 지나 산기슭으로 올라섰다. 펑펑한 언덕배기가 나왔다.

“이 산이 송장산이다. 옛날에는 우리 산이었다. 너거 옴마가 여게다 뼛가리를 뿌리라 캤다. 이 산은 이름 그대로 죽은 산이라꼬 묏등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니라. 와 여게다 뿌리라 캤는지 몰라도 저 옆 산이 우리 선산이었다. 큰 집 누야들이 팔아 묵기 전에는. 저 우에 가모 외할배 외할매 산소가 있다. 지난 분에 만났을 때 누야가 내한테 당부를 하더마. 죽어서는 고향에 가고 싶다고. 어른들 앞에서 사죄하고 싶담서 이 산에다 뼛가리를 뿌리고 싶다 캤다. 참 누야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모질고 독한 사람이다. 입때껏 니한테 조차 고향 이약을 안 한걸 보모 참 무서븐 사람이다.”

외삼촌은 산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소나무가 빽빽하니 차 있는 산은 대낮인데도 속이 어두컴컴했다. 외삼촌은 자잘한 나뭇가지들을 헤집고 오르더니 길을 찾아냈다. 이미 오래전에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산길인데도 그 흔적만은 남아 옛날 나무꾼들이 다녔던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외삼촌은 여게서 쉬고 계실소. 저만 저 안에 들어가 뿌리고 오겠습니더.”

나는 보자기를 끌러 하얀 항아리만 꺼냈다. 항아리를 안고 나무 사이로 들어갔다. 손에 잡히는 재가루가 너무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한 움큼 집어내어 숲에 뿌렸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흩날리기 시작한 어머니의 영혼이 바람소리로 마른 풀잎이 서로 부비는 소리로 숲을 흔들어댔다. 소나무에 의지해 심호흡을 했다. 흐느낌이 목구멍을 넘어왔다. 그것은 나의 소리가 아니라 어머니의 소리였다. 눈 아래 못이 파르르, 파르르 떨었다. 어째서 어머니는 죽어서야 고향에 돌아오려 하셨을까. 세상에 용서받지 못할 일은 없다 했는데.

산길을 내려오자 마을을 바라보며 앉아 담배를 태우던 외삼촌은 일어나 내 손을 잡았다.

“저기 마실을 보라모. 저 대밭 속에 큰 집이 있다. 그라고 저 등 너머 우리 집이 있었다. 고향에 돌아와도 반겨 줄 사람이 없싱께 누야 혼백이나마 고향을 바라봄서 살고 싶었던 기라. 온 김에 외할배 외할매한테 인사나 디리고 가자.”

“빈손인데 예.”

“따라오너라.”

외삼촌은 논두렁을 타고 그 다랑이를 따라 올라갔다. 은빛 억새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낯선 방문객을 바라보았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외조부모의 묏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이 아무래도 남의 일 같았다.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의 조상을 찾은 셈인가 그럼.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있을까.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더란 말인가. 내 조상에 대해서 생각이나 하고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 막연하게 핏줄에 대해서 가졌던 의문은 있었다. 그렇지만 어머님이 숨기고 싶어 하는 아버지에 대한 것을 내가 찾아다니는 것이 왠지 어머니께 불효하는 것 같아서 덮어 두기로 했었다. 젊어서는 젊다는 핑계로, 가정을 가져서는 여태 조상 모르고도 잘 살아왔는데. 굳이 이제야 내 핏줄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고, 나 자신이 그런 문제로 속을 썩이기가 싫었던 것이다. 얼마나 나는 이기적인 인간인가.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는 것이다. 어머님은 끝내 무덤까지 가지고 갈 작정이었던 비밀을 내게 털어놓고 간 것이다. 왜, 왜, 나는 어머니께 따지고 싶다. 왜 이제야 핏줄을 알아야 하느냐고. 좋지도 않은 핏줄 왜 알려주느냐고. 어머니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다. 외삼촌은 또 내게 무슨 이야기를 해 주실지 그것도 겁났다. 내가 상상하는 사실이 맞는다면, 지난번 <고향 아구찜> 아주머니가 이야기해 준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 당사자가 나란 말 아닌가. 과연 이제야 그 사실을 나는 어떻게 삭힐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나잇살이나 먹었다 하지만.

풀숲을 헤치고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니 편편한 평지가 나타나고 아래위에 두 쌍의 묏등이 있었다.

“웃대 조상님은 등 너머에 있다. 거기는 다음에 가 보도록 하고 우선 여 있는 분들에게만 인사를 디리라. 우에 두 뫼는 큰 댁 뫼다. 밑에 있는 뫼가 우리 아부지 옴마다. 두 군데 다 절해라.”

‘아부지 어머니, 누야 아들이 왔습니다. 누야도 인자 여기 왔습니다. 저승에서 만 내더라도 너무 나무라지 마소. 혼자 험한 세상 살아오면서 올매나 힘들었것십니꺼. 야가 권섭이라요. 누야를 쏙 빼닮았다 아이요. 증손자까지 있다요. 저승에서 누야 만내모 고생했다고 좀 따독거려 주이소.’

외삼촌의 사설은 길었고, 소매 부리로 계속 눈물을 훔치시는 노인 옆에서 나도 울고 있었다.

산에서 내려와 웃담 마을에 닿으니 저녁나절이었다.

“외삼촌 우짤랍니꺼? 너무 늦은 것 같은데 찾아가도 괜찮을까 예.”

“괘안타.”

나는 가게에서 음료수 한 통을 샀다. 가겟집 아주머니가 유심히 나를 바라보았다.

“뉘 집에 온 손이요?”

“순심이라꼬 아십니꺼?”

“순심이? 잘 모르겠는데. 무슨 띤지 알아야 찾제. 이름 갖고는 몬 찾소.”

“무슨 띠라 캤는데...... 가만있자. 그래, 맞다. 잿골 띠라 칸다더라. 잿골 띠라고 압니꺼?”

“아, 잿골 띠요? 저 길을 쭉 따라 들어 가모 맨 끝에 새로 진 집이 있시낍니더. 그 집이라 예. 엊그제 부산 딸네 간다 더 마 왔는가 모리 겄네.”

잿골 띠라고? 잿골 띠? 나는 머리가 띵해 오는 것을 느꼈다. 보촌댁 아주머니가 그랬었다. ‘잿골 성님이나 알랑가.’ 잿골 할머니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그 전설의 주인공이 어머니였단 말인가.

“고맙습니더.”

외삼촌은 마을 회관에서 장함산 쪽으로 난 골목길을 앞 서 걸었다. 날이 차가운 탓인지 나다니는 마을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돌담이 아직 남아 있는 골목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골목에서 돌담을 넘겨다보았다. 나지막한 슬레이트 지붕과 그 아래 빗살무늬 지게문이며 좁은 마루와 축담 위의 댓돌이 보이는 집안은 사람 소리가 없었다. 넓은 마당가에 선 고목이 된 감나무에서 까치밥이라고 보기엔 너무 많은 홍시가 매달린 채로 꽁꽁 얼어 있었다. 아마 가을에 감을 따지 않고 그대로 둔 것 같았다.

내가 느낀 농촌의 겨울 풍경은 한마디로 쓸쓸하고 삭막해 보였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저녁 답의 농촌 마을은 늘 이럴까 싶어 앞서 가는 외삼촌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머하노 얼렁 안 오고. 춥거 마는.”

외삼촌이 돌아다보며 말했다. 나는 바삐 외삼촌을 쫓아가

“외삼촌, 사람들이 없는 마을 같습니더.”

“저녁 묵을 시간잉께 그렇체. 농촌이 노령화된 거는 알 거다. 그러니 노인네들이 춥은께 집안에만 있제 말라꼬 다 저녁때 밖에 나데이 것노. 밥도 연기 안 나고로 해 묵고 군불도 기름으로 땐께 밖에 나올 일이 머 있것노. 몇 년 전부터 농촌에 새집 짓고 부엌 뜯어고치라고 돈이 쥐꼬리만치 나온다. 보라모. 번듯한 도시 집들이 많다 아이가. 인자 몇 년 안 가서 옛날 집 구경하기도 에로울 끼다. 아매 니 손자 대에는 부석이 우찌 생긴 건지도 모를 끼다. 쌀 나무에 쌀이 열린다 쿠드끼. 박물관에나 가모 알랑가.”

외삼촌은 어느 집 담장을 한참 건너다보았다.

동네 가운데 속한 그 집은 기와가 그대로 얹혀 있었다. 넘겨다보니 마당에 마른 풀이 수북한 것이 오래전부터 빈 집 같았다. 아래채와 위채가 금 간 데가 없이 간직되어 있었다. 시커멓게 때가 낀 기둥이며, 먼지가 뽀얗게 앉은 마루가 을씨년스러웠다. 처마 밑에 지어진 제비집이 인상적이었다. 마당가에 나직한 돌담으로 둘러쳐진 장독간에는 서너 개의 사구며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우리 집이었다.”

외삼촌의 목소리에 물기가 가득 묻어났다. 그랬었구나. 자신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집을 타인이 되어 다시 바라보는 마음이 얼마나 쓸쓸할지 짐작 하나만으로도 알 것 같았다.

외삼촌은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 골목을 벗어나니 장함산이 눈앞에 떠억 버티고 선 느낌이었다. 산의 품 안에 쏙 들어앉은 형국의 마을이었다. 마을 뒤쪽으로는 층층이 다랑이였다.

그 가겟집 아주머니 말처럼 마지막에 붉은 벽돌로 지은 양옥이 나왔다. 까만 철 대문이 육중하게 닫혀있었다

외삼촌은 그 대문 앞에 서더니 문을 쾅쾅 두드렸다.

“누구요? 누가 왔소?”

안에서 노인네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누야, 내요.”

“누라꼬?”

철대문의 작은 문이 열리더니 머리가 희끗한 노인네가 내다보았다. 자그마한 몸피가 열댓 살 소녀만 했다. 할머니는 대문 고리를 붙잡은 채 외삼촌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누라꼬? 아이구마 이기 누고, 자네가 우짠 일이고 얼렁 들어오게 춥네.’ 하면서 황급히 외삼촌의 손을 잡아 안으로 끌었다.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노인네 혼자 그 큰 집을 지키고 있었다.

“식구들은 다 오데 가고 혼자 계십니꺼?”

“다 손녀딸 혼사 문제로 마산 갔다. 저거 찌리 눈 맞아 가꼬 난리 아이가. 며누리는 몇 년 더 있다가 치우모 싶어 하거마 남자 쪽에서 저리 서두는 모냥이다. 저거 좋다는데 우찌 말리것노. 시집가서 고생해 봐야 부모 속을 알제. 동상 편히 앉게나. 그나저나 소리 소문도 없이 우짠 일이고. 아이고, 내 정신 좀 보소. 밥 안 뭇제? 쪼맨만 지달리고 있게. 내 퍼뜩 밥상 차릴라네.”

“누님. 밥은 천천히 묵어도 된께 인사나 받으소. 우리 누야 아들이오.”

“누구? 너거 누야 아들?”

부엌으로 향하려던 그분은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니가 그라모 권섭이가?”

나는 그 할머니 입에서 서문 없이 내 이름이 튀어나오는 것에 더 놀랐다.

“너거 옴마는 와 같이 안 왔노?”

“한 이레 전에 돌아 가싯거마. 삼우제 지내고 오는 길이요.”

외삼촌이 대답했다.

그분은 방바닥에 철버덕 주저앉았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지난 가실에 만냈을 때도 짱짱했는데 이기 무신 소리고.’ 그분은 넋 나간 듯이 주절거렸다. 나는 그분을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해도 속이 시원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새삼스럽게 어머니를 여읜 설움에 복받쳤다.

“내한테 기별이나 하지. 그 가시나 가는 길에 내라도 가 봐야 했는데.”

“누야가 절에서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조카가 임종도 못했다요.”

“그랬을 끼 거마. 인자 편케 됐거마. 참 기맥힌 인생살이도 했거마. 훌훌 털어 삐고 새 출발하라고 그리 꼬실러도 마이동풍이더마. 손주 새끼 재롱 봄서 누리 보고 살랑가 했더니 손주가 또 그렁께 한이 병 된 기라. 명대로 몬 살고 갔을 끼라. 내가 너무 많이 살았는 갑다꼬 가심을 치더마. 일구월심 부처님한테 빈다드마. 손주가 사람 구실 하는 거 보고 죽고로 해 도라꼬. 너거 옴마 참 불쌍한 사람이다. 일편단심 민들레도 그런 민들레가 없을 끼 거마. 우짜꼬. 인자 내만 남아 우짜꼬. 그 가스나 불쌍해서 우짜꼬.”

그분은 내가 들으라는 뜻인지 넋두리인지 그냥 다리 쭉 뻗고 앉아 그렇게 엉엉 울었다. 나도 새삼스럽게 통곡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힘이 없었다. 한참을 어린애처럼 울었다. 외삼촌도 내 어깨를 감싸며 울음을 그치라면서 정작 당신도 같이 울고 있었다. 어머니 관을 붙들고도 울 수 없었던 눈물을 나는 어머니의 친구 앞에서 쏟아내고 있었다.

“인자 울지 말거라. 갈 때가 됐싱께 간 기제.”

“실컷 울고로 놔두제. 저거 옴마 이약을 듣고 싶어서 왔을 낀데.”

나는 겨우 진정하고 그분의 손을 잡았다. 깡마른 손이 나무껍질을 만지는 것 같았다. 어머니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서러웠다. 나는 마음을 다 잡으려 했지만 주책없이도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떨리는 음성으로 띄엄띄엄 말했다.

“어머이 유품에 할머님을 찾아가라는 말이 있어서 왔습니더.”

“그랬을 끼다. 우찌 지 입으로 아들한테 그 한스런 이약을 하것노. 땅 속꺼지 가지고 가것다드마. 너거 옴마도 늙응께 맘이 약해졌나 보다.”

“이적지 누야랑 만내고 지냈디 예?”

외삼촌이 물었다.

“하모 우연히 만내게 된 기라. 그 이약은 밥이나 묵고 천천히 쉼시로 하자. 내 아는 만큼 말해 주꾸마.”

잿골 할머니는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계속>

이전 10화<장편소설> 연꽃 전설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