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처음>
백구의 귀환
마루에 걸터앉았다. 가운데 기둥에 비스듬히 기대고 삽짝을 바라봤다. 텅 빈 개집이 을씨년스럽다. 개 집 앞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백구의 밥통 또한 찌부러진 채로 놓여있다. 백구는 늘 제 집 지붕에 올라가 놀기를 즐겼다. 아무리 못 올라가게 해도 지붕 위에 오뚝 올라앉는다. 백구가 지붕에서 내려올 때는 딱 정해져 있다. 똥오줌 눌 때, 밥 먹을 때, 비 올 때, 그때는 하는 수 없이 땅바닥을 밟지만 볼일 끝내면 서둘러 제 자리에 가서 엎드린다. 축 늘어진 소나무가지 아래라 그늘이 좋아서 그런지. 서산으로 지는 역광이 좋아서 그런지.
백구야!
나는 텅 빈 개집을 향해 개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컹 컹 컹........
어디선가 백구의 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사방을 둘러봤다. 그때, 삽짝 모롱이를 돌아 티 하나 없이 하얀 백구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꼬리를 깃대처럼 하늘로 치켜세우고 신이 나서 달려왔다.
백구야, 네가 왔구나.
나는 덥석 백구의 목을 끌어안았다. 까만 코에 입을 맞추고 두 귀를 잡아당겼다. ‘욘석, 요 이쁜 놈’하면서. 백구는 두 발로 턱 버티고 서서 그 길고 탐스러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긴 혀를 빼내 내 얼굴을 핥으며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근데 어떻게 온 거야? 너 갔잖아. 개장수가 너를 키우기로 한 거야? 그래, 맞아. 널 종자 견으로 키우기로 했구나. 너의 어미가 족보가 있으니 너도 순종에 가깝지. 그나저나 어떻게 우리 집을 찾아왔지? 아하, 진돗개는 원래 영리하지. 7백 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간 녀석도 있으니 등 하나 넘어서는 거야 식은 죽 먹기지. 잘 왔다. 그나저나 개장수 아저씨한테 연락은 해 놔야겠네. 너 여기와 있다고. 잘못하다간 또 개 도둑으로 몰릴까 봐 겁난다. 이웃 간에 믿고 살 수 없다는 게 더 무섭지만.
연락할 필요 없어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백구가 말을 했다. 사람처럼 말을 했다.
네가 말했어?
그럼요. 주인님 수다는 여전하네요. 주인님 보고 싶어 잠깐 인사차 들렸어요.
무슨 소리야?
주인님도 참, 알잖아요. 나 죽었다는 거. 개장수에게 끌려가자마자 캑했는걸요. 나처럼 사나운 개는 키울 수 없다고. 그러니까 나는 죽었죠. 개도 죽으면 혼이 저승에 가거든요. 명부전에 갔더니 저승사자가 그러데요. ‘넌 아직 때가 안 됐는데 왜 왔어.’라고요. 그래서 이러저러해서 오게 됐다고 이실직고했지요. 그랬더니 너무 억울하게 죽었다고 기다려 보래요. 다음 생에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일단 내 업이 어떻게 나와 있는지 챙겨보고 부를 테니. 잠깐 집에 다녀오라더군요. 그래서 왔어요.
그러게 왜 남의 집에 가서 사람을 물었냐. 멧돼지 잡으러 갔으면 멧돼지나 잡든지, 멧돼지 아니면 고라니나 너구리라도 잡아야지. 너구리도 못 잡으면 토끼라도 잡아야지 사람을 왜 잡나? 네 눈에 그 여자가 예쁜 암캐로 보이던?
아니요. 냄새나는 그런 회색 털 가진 암캐는 날 좋다고 쫓아와도 뒷발질로 걷어차 버리고 말지요. 그런 암캐는 누린내가 나서 교미도 못한다고요. 굴비처럼 엮어 줘도 싫다고요.
그런데 왜 물었어?
내가 가만히 있는 사람을 물었어요? 생각해 보세요. 평소 내가 그렇게 폭력적인가요? 순하고 조용했잖아요. 말귀 잘 알아듣는다고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한 사람이 누군데. 사실 내 잘못도 있어요. 그 집에 있는 멍청한 놈하고 친하고 싶었거든요. 같은 수캐끼리 한 판 붙어보면 금세 정이 들잖아요. 원래 사람도 그렇잖아요. 이성 간이면 은근슬쩍 호기심부터 보이고 접근하는데. 남자들끼리는 한 판 붙어봐야 그 사람 속내도 알고, 더 친해질 수 있다 하잖아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원수지간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 개들도 마찬가지지만 사람과 다른 점이 딱 한 가지 있어요. 강자가 주권을 잡는 건 사람이나 개나 마찬가지죠. 사람이 더 약아빠지긴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인간은 권모술수의 귀재 같아요. 눈도 깜짝 않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치들이거든요. 보세요. 우리는 아주 신사적이에요. 한판 붙어보고 상대방이 나보다 세다 싶으면 그 즉시 항복해요. 그리곤 끝까지 복종하죠. 힘이 길러지면 다시 붙자고 덤비지만 뒤로 호박씨 까지는 않아요. 정직하죠. 인간은 우리처럼 완벽하게 패배를 선언할 줄 몰라요. 앞에서는 성인인 척 온갖 내숭 다 떨면서 뒤로는 똥통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게 인간이잖아요.
얘가 진짜, 듣자 듣자 하니 못하는 말이 없네. 주인 앞에서 너무 난 체 하다가는 턱주가리 깨진다. 조심해. 그렇지만 내가 좀 부끄럽네. 나도 인간이니 말이야. 그래도 사람은 물지 말아야지. 죽을 짓을 왜 사서 했어? 그 여자는 가만히 있는데 어둠 속에서 갑자기 네가 튀어나와 물었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인간은 거짓말쟁이죠. 주인님도 그 말을 전적으로 믿어요? 그렇다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아니야, 난 네가 그렇게 무모하다고는 생각지 않아. 뭔가 있었을 거야.
그래요. 그녀를 물지 않으면 내가 죽을 판이었죠. 사실 처음엔 맞기만 했어요. 그놈 애목을 물고 늘어졌으니 몽둥이세례를 피할 수가 없었죠.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그놈을 확실하게 굴복시키는 건데. 에이, 그 집 식구들 진짜 무지막지해요. 벌 떼처럼 일어나 몽둥이 하나씩 들고 와서 두들겨 패잖아요. 개 패듯 팬다는 말의 진의를 알았다니까요. 인정사정없이 강타를 하는 겁니다. 주인님이 성질났을 때 북을 갖다 놓고 패 듯이요. 눈에 불을 켜고 덤비는 것 있죠. 얄미운 놈은 그 멍청이죠. 제 편이 응원을 하자 그놈은 더 애처롭게 나 죽겠다고 깽깽거리더군요. 하지만 그건 항복이죠. 그놈의 항복을 받고 애목을 놓긴 했는데. 나를 향한 몽둥이는 그치지를 않잖아요. 열받았죠. 달려들었죠. 그래야 되는 것 아닌가요? 개란 짐승은 원래 간이 작으면 콩콩 짖으며 꼬리 감추고 도망치고요. 간이 크면 불의를 그냥 참지 못해요. 이래 봬도 나 간덩이 부었잖아요. 나를 죽이려고 덤벼드는 인간을 보고 도망가는 비겁쟁이는 되기 싫었거든요. 쥐도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데 족보 있는 진돗개가 사람 무서워 도망친다면 진돗개 가문에 먹칠하는 거죠.
그래, 자알 했다. 참 자알 했다. 차라리 꼬리 감추고 도망쳤으면 목숨 부지는 했잖아. 목숨만 부지해? 이웃 간에 척은 안 졌을 거 아냐. 너 때문에 클 났어. 내가 형사고발 당했잖아. 벌금 물고 치료비에 정신적 물질적 피해보상까지 다 해 줬어.
미안해요. 나도 이 성질머리 때문에 명대로 못 살았잖아요.
알긴 아네. 그나저나 진짜 너 몽둥이찜질 당했어? 다음날 아침에 응치를 못 쓰는 걸 보니 식겁을 한 것 같더라. 시퍼렇게 멍든 응치 사진을 찍어놨어야 하는데. 그 여자가 그렇게 나올 줄 몰랐으니 내가 바보지. 너를 그렇게 보내지 말아야 했는데. 미안하다.
주인님은 아시잖아요. 평소 내가 어땠는지. 그날 내 숨어 있는 꼴을 보셨잖아요. 컨테이너 구석에 콕 처박혀 있는 꼴을요.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내가 그렇게 꾀죄죄한 모습으로 처박혀 있어야 했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제대로 보복을 하는 건데 봐줬더니 뒤통수친 거네요. 평소 내가 까분다고 주인님이 매를 든 날 있지요. 날 길들이겠다고 설치다가 결국 주인님도 손발 싹 들었잖아요. 내 집으로 몸은 숨겼지만 이빨 드러내고 달려들 태세는 무섭게 구니 주인님이 어이가 없다며 매를 던져버렸지요. 그때 미안했어요.
그냥 도망쳐서 집으로 올 것이지.
나 참, 자존심 상해서 도망 안 쳤어요. 결국엔 비참한 꼴을 보이고 말았지만.
자존심 있는 놈이 그 모양이야? 나 같으면 적당히 도망치겠다. 자존심이 밥 먹여 주니? 인간은 자존심 때문에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만 너는 개잖아. 개는 개답게 행동해야지. 영리하다 예쁘다 치켜세워줬더니 고작 한다는 짓이 사람을 물어. 죽어도 싸다 싸.
그럼 때리는데 안 달려들고 배겨요. 내가 죽겠는데. 사람도 몽둥이 세 대 맞고 울 안 뛰어넘을 놈 없다 하잖아요. 사실 울 안 뛰어넘다 그 지경이 됐지만. 내 몸에 멍 자국 보셨어요?
보여야 말이지. 응치를 못 쓰고 절뚝거리는 꼴은 봤지만 누가 그러데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엑스레이 찍어보라고. 몽둥이에 맞은 흔적이 나올 거라고. 그쪽에서 형사고발 했으면 우리도 동물 학대 죄로 고발하래. 하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왜냐면 우리 속담에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고 했거든. 억울하고 분하지만 어쩌겠어. 그 집 간 너 잘못이고, 너의 잘못은 바로 주인인 내 잘못이니까. 너를 잘못 건사해서 생긴 일이니까 내가 책임져야지. 다만 미루어 짐작하지. 그 여자가 몽둥이를 안 들었다면 영리한 네가 그 여자에게 달려들지 않았겠지. 넌 원래 몽둥이에 대한 분노가 있어. 기억나? 앞 집 순애 말이야. 네가 팔을 물었었잖아. 순애는 네가 좋다고 쫓아다녔는데 너는 순애를 왜 그렇게 싫어했지?
순애, 알아요. 나를 끔찍이 괴롭혔어요. 주인님 있을 때는 그냥 예쁘다고 귀엽다고 쓰다듬는데. 주인님만 나가고 없으면 긴 막대기 들고 와서 쿡쿡 찔러요. 내가 피하면 피한다고 따라다니며 괴롭혔어요. 아주 끈질기게 쫓아다녔지요. 예쁘다는 것이 귀 잡고 끌어당기기, 회초리로 때리기, 막대로 찌르기, 놀부 심보는 저리 가라였어요. 참았죠. 내가 강아지 때부터 들락날락했던 이웃사촌이니까 참았지요.
그랬었어? 그런데 그날은 왜 물었어? 참는 김에 더 꾹 참지. 사실 순애가 자기 잘못이라고 했지만. 순애는 너를 무지무지 좋아했어. 진짜야. 네가 곁을 주지 않고 으르렁거리니까 무서워서 막대기를 들고 접근했던 거야. 사람은 가끔 그렇게 자기 생각과는 반대로 행동할 때가 있거든. 상대방을 좋아하면서도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 말이야. 괴롭힘 당하는 사람은 진짜 괴롭지. 문제는 상대방은 그 심정을 모른다는 거지. 스스로 당해보지 않고서는 말이야. 너에겐 막대기가 고문기계였는데 순애가 몰랐던 거지.
그래요. 순애가 막대기를 들고 내게 와 집적거리면 어디든 도망가서 숨어 있곤 했지요. 그런데 그날은 진짜 열받았어요. 주인님 때문에요. 알죠? 나는 목줄에 묶이기 싫은데 주인님이 묶었잖아요.
그랬지. 네가 세상에 태어난 지 여섯 달 만이었든가. 목사리도 없이 키우던 너를 처음으로 목에 목사리를 채우고 고삐를 걸었었지. 그것도 너 잘못이야. 왜 자꾸 순애네 집에 가느냐 말이지. 순애를 싫어했다면 그 집에 얼씬도 말아야지. 틈만 나면 그 집에 가서 볼일 보고 복실이 밥을 훔쳐 먹었잖아. 그러니 순애한테 미운털 박힌 거지.
복실이, 참 예쁜 암캐였는데. 나도 남잔데 처녀 찾아가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더구나 사춘기였는데. 첫눈에 뽕 갔는데 어떻게 집에 가만히 있어요? 내가 불귄가 뭐. 주체할 수 없이 불끈불끈 솟는 거시기 때문에 환장할 노릇이었는데. 주인님도 아시잖아요. 사랑과 욕망을. 그때 복실이가 달거리를 했어요. 그 냄새에 안 미치고 배겨요?
그랬어? 어쨌든 순애 어머니가 너 오는 걸 아주 달가워하지 않았어. 나보고 개 단속 좀 해 달라고 마주칠 때마다 싫은 소리 했거든. 복실이 밥 다 빼앗아 먹고 복실이 집에 들어가 늘어지게 잔다고. 순애는 저거 복실이 괴롭힌다고 막대기 들고 쫓았고. 이유야 어찌 됐든 간에 그날 너를 묶었어. 천방지축으로 집 안팎을 휘젓고 다니던 놈이 말뚝에 묶이자 죽는시늉을 하더군. 하필이면 그때 순애가 왔던 거야. 네가 묶여 있으니 안 됐던 거야.
그러니까 사람이 어리석지요. 자기 생각밖에 할 줄 모르니 나보다 더 바보지요. 내가 화가 나 있는데도 막대기로 쿡쿡 찌르면서 ‘야, 백구! 너 쌤통이다. 우리 복실이 괴롭힌 벌이다.’ 이러면서 약 올리잖아요. 성질나서 확 달려들었는데 하필이면 그 애 팔뚝이잖아요. 그래도 사정 봐서 살짝 물었다 놓고 싶었는데. 그 애가 죽는시늉을 하잖아요. 나도 모르게 입을 꽉 다물었어요. 엄청 재수 없는 날이었지요. 그렇다고 주인님은 나를 그렇게 패요? 개 패듯 팼으니 할 말은 없지만 쩝....... 그때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알긴 아네. 그때 너를 팔아버리려고 했는데 팔아버릴 수가 없었어. 그놈의 정이 뭔지. 정을 못 떼겠더라고. 또한 순애가 너를 용서해 달라고 하더라. 너를 개장수에게 팔아버리겠다고 하니까 순애가 그러데. 자기 잘못이라고, 백구는 잘 못 한 것 없다고. 다시는 그런 장난 안 치겠다고. 순애가 너를 용서해 달라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널 버릴 수 있었겠어.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데.
알아요. 지금도 잘 알고 있어요. 가슴 아파한다는 것도요.
아는 놈이 또 그랬어? 사실 순애는 그 여자의 상처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상처가 컸었지. 이빨 두 개가 푹 들어간 상처자국에 순애 팔을 억지로 빼면서 쭉 찢어진 자국에 얼마나 경악했던지.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끔찍해.
미안해요 주인님, 그때도 저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요?
그래, 지금도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 순애 부모가 순애 잘못이라고 치료비조차 안 받았거든. 대신 한약 한 제 지어줬지만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 지금도 순애 걔 팔뚝에는 네가 남긴 흉터가 있을 거야. 워낙 상처가 깊었으니 다 아물 때까지 고생 많이 했어. 너의 이빨에는 균이 득실득실하잖아. 그래서 잘 안 낫지. 그 뒤로는 순애가 너를 괴롭히지 않았지만 줄에 묶여 있는 너를 참 안쓰러워했지. 뼈다귀라도 나오면 가지고 와서 던져주곤 했지.
얼마 전부터 순애가 집에 없는 것 같던데 어디 갔어요?
순애 엄마가 그러는데 도시로 유학 보냈대.
아하, 그래서 잘 안 보였구나. 사실 그 사건 때문에 저는 주인님께 자유를 반납했잖아요. 주인님이 한 번 사람을 문 개는 또 문다고 그 후로는 절대로 목사리를 안 풀어주셨잖아요. 참 서러웠어요. 말뚝에 묶여 쇠줄을 질질 끌며 견딘다는 것은 체념 아니면 달관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일이죠. 저처럼 자유를 아는 녀석에겐 말이죠. 묶여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문이랍니다.
그랬니? 그랬을 거야. 이번에도 목사리가 낡은 줄 알았으면 갈아줬을 텐데. 늘 말뚝에 매어 있으니 신경을 안 쓴 거지. 아니, 네가 순해서 날뛰지를 않으니 몰랐던 거지. 내 잘못이다.
히잉! 그러니까 주인님 잘못도 인정하는 거지요? 줄이 낡았으면 새 걸로 바꾸어 주든지, 목사리가 너덜너덜하면 새 목사리로 바꾸어주던지 했으면 내가 줄을 끊고 밖으로 뛰어나가는 불상사는 없었을 텐데. 지금 생각하니 좀 억울하네. 일찌감치 힘 한 번 써 봤으면 더 일찍 자유를 찾았을 텐데. 바보처럼 묶였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복실이는 잘 있지요?
그래, 꼭 너 닮은 강아지를 쏙쏙 뽑아놓았다. 씨라도 남겨 놓고 가서 고맙다. 순애 어머니가 그러데 어떻게 신방을 차렸는지 모르겠다고 말이야. 너나 복실이나 둘 다 묶여 있었는데. 어떻게 강아지들이 하나같이 너를 쏙 빼닮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강아지가 날 닮았어요? 아이 좋아라.
아무리 생각해도 백구 너의 씨는 아닌 것 같아.
너를 닮은 떠내기 수캐가 복실이를 탐하고 간 건 아닐까?
주인님, 이건 진짜 비밀인데.
비밀! 무슨 비밀인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