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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래여 Jul 18. 2023

 파랑새를 바라보며

파랑새를 바라보며     



 파랑새가 빨랫줄에 앉았다. 부리는 주홍색이고 대가리는 까무스름하고 전체적으로 초록이 가미된 푸른색이다. 깃의 윗부분은 검푸른 색이다. 직바구리 보다 몸집이 크고 산비둘기보다 조금 작다. 오랜만에 보는 귀한 새다. 파랑새는 무엇을 기다리는지 오래토록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짝을 기다리는 것일까. 먹이를 기다리는 것일까. 쉬는 중일까. 까만 눈이 생기 차다. 이태 전인가 보고 처음이니 기분이 좋다. 우리 집은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쇠딱따구리, 샛노란 꾀꼬리, 파랑새, 후투티 등, 가끔 귀한 새를 본다. 


 몇 년 전에는 창고에서 딱새의 둥지에 탁란했던 뻐꾸기 새끼가 깨어나는 것을 봤다. 어미 딱새의 서너 배 몸집이었던 뻐꾸기 새끼는 딱새 부부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딱새의 작은 집이 납작하게 허물어지자 날갯짓을 했고 가까운 곳에서 어미 뻐꾸기가 울었다. 딱새 부부는 덩치 큰 뻐꾸기 새끼를 먹이느라 정신없이 벌레를 물고 들락날락 했었다. 뻐꾸기 새끼가 제 어미를 따라 날아가자 빈 둥지를 바라보며 슬프게 울던 딱새 부부를 봤다. 지켜보는 우리 부부의 마음이 더 아팠다. 그는 뻐꾸기가 울면 끔찍하단다. 


 파랑새는 한참동안 내 눈을 호강시킨 뒤 숲을 향해 날아갔다. 여름 철새라고 알려져 있다. 벨기에 작가 마테를링크가 쓴『파랑새를 찾아서』 동화에 나오는 새로 유명하지만 울음소리는 감미롭지 않다. 캑캑 거리는 소리로 들렸다. 파랑새는 시끄러운 새로 알려져 있다. 한동안 맑고 청아한 검은 등 뻐꾸기 소리에 취했다가 파랑새 우는 소리를 들으니 소음 같다. 목소리가 고운 새들은 주로 관현악을 연주하듯 합창을 한다. 그 맑은 음악소리에 깨어나기 일쑤다. 까마귀나 파랑새처럼 탁한 울음소리를 내는 새는 한낮에 우는 것 같다. 문제는 검은 등 뻐꾸기도 탁란을 한다는 거다. 


 사람살이나 새들 살이나 삶을 영위하는 방법은 타고난 본능이 아닐까. 사람의 입장에서 본 탁란은 끔찍할 수 있지만 뻐꾸기 입장에서는 대를 잇기 위한 본능적 행위에 속할 것이다. 탁란 부모인 곤줄박이나 딱새는 자기 알이나 갓 깨어난 새끼가 뻐꾸기 새끼로 인해 무참히 둥지 밖으로 떨어져 죽는다는 사실을 모를까? 알면서도 남의 새끼를 키우는 것은 아닐까. 자기 알보다 두 배 이상 큰 뻐꾸기 알을 정성스레 품었다가 깨어나면 먹여 키우는 것을 보면 남의 새끼라는 인식이 아예 없는 것일까. 뻐꾸기 알을 품었다가 깨어나면 애지중지 키우는 딱새와 입양아를 친자식처럼 거두어 애지중지 키우는 입양부모는 닮았다. 사랑의 실체는 아닐까.


 나는 파랑새가 날아간 숲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또 언제쯤 파랑새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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