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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래여 Feb 24. 2022

13. 킹메이커 영화를 보고


킹메이커 영화를 보고    


 

 딸은 선거철에 준해서 나온 국산 할인 영화가 있다며 예약을 한다. 킹메이커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왕을 만드는 사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책사였던 엄창록의 실화를 바탕으로 꾸민 영화란다.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나오는 설경구는 여전히 멋있다. 박하사탕과 공공의 적에서 나를 매혹시켰던 배우였다. 


 킹메이커는 대통령 선거철에 맞춤하여 나온 영화 같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조삼 모사한 지, 권력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 책사는 자신이 섬기는 주군의 대의명분을 본다. 그 주군을 섬기기 위해서는 뭐든지 한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파렴치한 짓이라 해도 저질러야 하고, 판을 뒤엎기 위해서는 역이용도 서슴지 않는다.  


 특히 유신독재 시절의 공화당과 신민당의 싸움은 달걀로 바위 치기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 대통령 선거 대선후보들의 행보를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서로의 약점을 잡아 비난하고, 깔아뭉개고 끌어내리기 바쁜 대선 후보들의 행로는 참으로 부끄러웠다. 여당과 야당, 지역 간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파벌정치를 하게 만든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할 때였다니. 유신독재체재로 가기 위해서 부정선거를 하고, 야당의 당수의 살해 음모를 꾸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1979년 10.26 사건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시해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1979. 12. 12 사태가 터졌다. 신군부는 1980년 8월 4일, 삼청교육대라는 희대의 사회정화 정책을 실시하였다. 그때 끌려갔던 사람들 중 50여 명은 죽고 나머지는 불구가 되거나 폐인이 되었다고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흔까지 잘 먹고 잘 살다 갔다. 죽음 복 조차 타고난 것인지. 지리멸렬한 죽음의 길도 싹둑 자르고 떠났다. 김 대중 전 대통령도 죽을 고비를 수 없이 넘기며 살다가 결국에는 대통령에 당선되는 영광을 누렸었다. 


 영화 킹메이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대의명분으로 싸웠지만 그 남편을 보필하는 아내 역시 현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호남 간의 지역감정을 부추긴 것도 장기 독재 집권을 원하던 공화당 내에서 만들어낸 감정이었다. 목포의 바닷가, 국회의원 손 누구의 건물이 보이는 곳이었다. 일부러 그 지역을 돌아봤던 날도 있었다. 옛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아직 그 건물들이 전근대 유물로 남아 있지 않을까. 


 킹메이커는 아무리 똑똑해도 그 재능을 알아주는 인재가 있어야 빛날 수 있다. 선의 길이든 악의 길이든 그 품새에 맞는 자리가 주어져야만 제 값을 할 수 있다.  김 대중 전 대통령이 그를 책사로 받아들이고 인간적으로 믿어주었기에 가능했다. 김 대중 전 대통령을 국회의원으로 두 번이나 당선시켜 준 사람,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어 할 때 그도 권력의 맛을 보고 싶었던 것이리라.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세상을 위해 스스로 뛰어들어 펼치고 싶은 욕망, 그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인간은 어떤 분야에서든 두각을 나타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영화관은 우리 식구만 전세를 냈다. 편안하고 좋은 자리에 앉아 푹 빠졌다. 정치판 돌아가는 것에 대해 무심하게 살아도 대충은 안다. 워낙 언론보도로 난타전을 펼치고 있기에.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산속에 처박혀 사는 내게까지 소문이 들린다. 코로나 확진 자가 날마다 늘어나는 추세라 목욕탕조차 이삼일 만에 한 번씩 다녀온다. 사람 없는 시간만 골라 가는데도 기저질환자라 조심을 하게 된다.     


 책사라면 한나라 유방의 책사 한신, 유비의 책사 제갈랑, 조선 세조의 책사 한명회가 떠오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책사 엄창록이라는 인물은 처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 엄창록 그는 없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나온다. 김대중 선생이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그는 자신도 정치를 하도록 공천을 달라고 했었다. 작은 폭발물 사건으로 그는 김대중 선생으로부터 ‘자네는 아직 정치판에 입문할 정도가 아니네.’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내침을 당했다.


 그는 주군을 진짜 주군을 바꿨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 편으로 넘어가 판세를 뒤집는 것으로 그려지긴 하지만 선거판의 여우, 그림자로 통했던 그의 일대기가 어찌 편안하기만 했으리. 평생 빨갱이 소릴 들으며 살아온 것이 한이 되었을 인물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우울했다. 이 나라 정치판은 언제까지 서로 헐뜯는 정치, 제 이득에 목마른 사람들의 정치가 될 것인가. 한 사람만이라도 국민을 생각하고, 민생을 걱정하는 진정성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맛집으로 알려진 집을 찾아갔다. 두어 번 갔던 집인데 한산하다. 포장음식이 배달기사를 기다리고 넓은 홀은 텅 비었다. 저녁밥은 맛있게 먹고 나왔지만 도시는 온통 코로나바이러스에 잡혀버린 느낌이다. 파리만 날리는 음식점이 어디 한 두 군데일까. 우리가 가끔 다니던 음식점 중에 문을 닫은 집도 여러 집이다. 월세 내고 장사하던 사람들은 누구나 힘든 시기다. 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 모두 직업전선에서 활기차게 살아갈 길이 마련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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