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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촌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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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래여 Mar 04. 2022

15.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에 걸렸다.      



 새벽, 봄을 깨우는 빗방울이 떨어졌다. 땅속까지 젖기엔 적은 양이지만 오랜 가뭄 끝의 단비라 반가웠다. 촉촉한 숲을 바라본다. 고즈넉하고 안정된 느낌이다. 봄은 이미 우리 네 마음에도 들어앉았다. 일철인데 부지런한 농부가 아프다. 자가진단키드를 사용해 검사를 했다. 음성으로 나왔다. 열도 나고 목도 아프단다. 농부는 보건소를 찾아가 신속 항원 검사를 했다. 처음에는 음성이 나오고 다음에는 양성이 나왔다. PCR 검사를 해 놓고 왔다. 하루가 지나고 보건소에서 확진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동거인인 나도 피시알 검사를 해야 한단다. 코로나를 비껴가는 줄 알았더니 막판에 당했다. 이 산속에 코로나 환자라니. 


 어디서 코로나에 노출되었던 것일까. 농부보다 내가 먼저 아팠다. 2주간 집을 비웠던 농부가 오고 딸이 떠나면서 긴장이 풀려서 몸살인 줄 알았다. 기침이 나오긴 했지만 목이 아픈 것도 아니고 열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관절 마디마다 쿡쿡 쑤시고 아렸다. 가슴이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견딜 만했다. 내가 다녀온 곳이라고는 목욕탕뿐이다. 요즘 목욕탕도 한산하다. 노인들이 어찌나 코로나를 겁내든지. 나 역시 가장 한산한 시간에 맞추어 간다. 너른 목욕탕에 서너 사람이 고작이다. 수다를 떠는 것도 아니고 입 다물고 온탕 냉탕만 다니다 나오는 목욕법이다. 그것도 읍내에 코로나 오미크론이 확산일로에 있다기에 이삼일 만에 한 번씩만 다녀왔다.  


 2월이 가는 마지막 날을 그냥 보내기 아까워서일까. 농부는 오자마자 시어머님 백신을 맞히러 종합병원에 모시고 다녔고, 발등에 작은 화상을 입고 어지럽다는 시아버님도 이틀에 한 번 씩 병원에 모시고 다녔다. 코로나에 걸렸다면 아마 여기저기 다닌 병원에서 감염된 것은 아닐까. 농부는 내게 옮겼단다. 내가 목욕탕에서 걸려왔지 싶단다.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댁 요양보호사도 감기몸살을 앓는다는데 마스크는 철저하게 하고 감기몸살 약도 먹는다지만 코로나 오미크론은 독감처럼 앓는단다. 주 증상은 목이 많이 아프다는 것, 관절통이 있다는 것 정도란다. 어쨌거나 두 노인이 건재하니 다행이다.


 농부는 PCR 검사를 했고 통보를 받았다. ‘당첨입니다. 당신 로또에 당첨되었네요. 축하합니다.’ 우스개로 넘길 증상은 아니다. 농부는 침도 넘기기 힘들 정도로 목이 아프고 기침하고, 38도 이상 열도 난다. 농부는 격리에 들어갔다. 3월부터 자가 격리가 힘들지 않고 느슨해져서 그나마 다행이다. 역마살 타고난 농부도 몸이 아프니까 온종일 집안에만 있다. 답답하겠지. 보건소에서 확진 자 동거인 PCR 검사하라고 연락이 왔다. ‘안 하고 말지.’ 툴툴거렸지만 오후에 보건소에 갔다. 검사를 하고 왔다. 나도 확진이 되면 어쩌지? 산속에 사니 좋은 점은 있다. 사람 만날 일이 없다는 거다. 너른 마당을 걸으며 걷기 명상이나 하면서 보내야겠다. 수영장이 개장한다는데 수영을 못 가서 아쉽다. 일주일만 참아야지.


 인터넷에 확진 자의 행동수칙을 검사하다가 자가 격리 지원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가 격리 끝나고 주민 센터에 신청하면 된단다. 신난다. 오후에 보건소인지, 군청인지 모르나 방역 담당자가 전자레인지용 밥과 3분 짜장, 카레, 빵, 김, 라면 등과 건강체크에 필요한 물품을 주고 간다. 웃음이 나왔다. 힘들 때는 잘 피해오다가 느슨해지자 딱 걸렸다. 봄 앓이 한 번 하고 지나가야 한 해가 부드럽게 넘어가겠지. 초장 운세에 고생하면 막장 운세는 좋겠지. 긍정적 마인드로 산다. 나도 확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농부랑 둘이 사니까 아파도 같이 아파야 공평하지 않을까.


 다음날 나의 PCR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음성으로 나왔다. 확진 자와 온종일 같이 있는데도 음성으로 나온다는 것이 이해 불가지만 면역성이 돌아오니 감기 기운도 사라져 살만 하다. 나야 늘 빌빌대는 여자라 그러려니 하지만 농부가 빨리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코로나 확진됐다고 하자 아들과 딸은 날마다 안부를 묻는다. ‘괜찮다. 전화하지 말고 너희들 건강이나 잘 챙겨. 엄마 아빠는 너무 오래 살까 봐 겁나니까. 걱정 붙들어 매셔. 수영장 못 가서 젤 아쉽다.’는 내게 ‘엄마는 기저질환 자니까 그렇지.’ 한다. 그 말이 왜 가슴을 아리 하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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