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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촌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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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래여 Nov 04. 2023

물가가 미쳤다

물가가 미쳤다. 

    

 단감판매를 해야 할 시기가 왔다. 올해는 수확량이 반타작이다. 잦은 비 탓이다. 단감이 저절로 떨어졌다. 또한 단감을 솎아내기 할 즈음 탄저병이 기승을 부렸다. 방제를 할 수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과일 농가는 어느 집이나 당했을 것 같다. 농약살포를 심하게 한 집은 덜할까. 우리 고장은 단감도 대봉도 실농이다. 익기도 전에 저절로 떨어져 버렸다. 솎아내기 할 것도 별로 없을 정도다. 이래저래 심란했던 마음 탓일까. 농부가 근 열흘을 앓았다. 겨우 몸을 추스르긴 했지만 중노동을 견딜 수 있을지. 


 올해는 단감가격을 올리지 않으려고 했었다. 막상 뚜껑을 여니 가격을 높이지 않을 수 없다. 박스 값도 거름 값도 농약 값도 배로 올랐다. 인건비는 말해 무얼 하겠나. 놉도 귀하다. 덕분에 도매가격도 좋다. 단감 농가도 줄어들었고 단감 수량도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도매가격에 준해 소매가격을 정하는 나는 인터넷을 뒤졌다. 가격비교를 했다. 지난해 단감 가격에 비하면 천양지차다. 단감가격이 세다는 뜻이다. 가난한 집은 단감 한 개도 편하게 못 사 먹겠다. 단감 가격 올리는 것이 불가피했지만 솔직히 이럴 때 싸게 팔면 좋겠다. 


 농민들, 서민들 경제가 휘청거린다. 물가가 미쳤다. 사람살이는 갈수록 절박해질 전망이다. 촌부로 살면서 국가의 빚쟁이만 면하면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국가에서 주는 기초연금과 텃밭 농사지어 자급자족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남매 공부 뒷바라지 끝나면 더 이상 허리띠 졸라맬 일은 없을 줄 알았다. 두 어른까지 북망산으로 모셨으니 더는 마음고생 몸 고생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하나 우리가 늙어버렸다. 몸이 망가졌다. 농사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나라경제가 눈에 띄게 나빠지는 것이 보였다. 물가는 치솟기만 하고 돈의 가치는 떨어졌다. 십만 원 들고 시장가도 시장바구니에 담기는 것은 적었다. 서민경제는 눈에 띄게 활기를 잃었다. 노인 일자리 창출에 나선 칠십 중반의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 연세에 청소 일을 하기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힘들어도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쩌겠느냐고 한다. 애들에게 손 벌릴 수도 없으니 밥벌이는 해야 한단다. 국가에서 주는 기초연금으로는 공과금도 안 된단다. 실비보험 넣으려면 돈을 벌어야 한단다. 병원비 감당하기도 어렵단다. 또한 일을 하니 좋은 점도 있단다. 사람 만나는 일이란다. 온종일 혼자 있으면 눌 자리만 보이는데 사람들도 만나고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니 좋단다.


 나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자식들이 제 밥벌이하면 아무 걱정 없을 줄 알았다. 보고 싶은 책이나 실컷 보고, 쓰고 싶은 글이나 실컷 쓰며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삼시 세 끼는 국가에서 나오는 기초연금만으로 충분할 줄 알았다. 물가가 미치지 않았을 때 이야기다. 코로나가 터지고 남의 나라에서 전쟁이 터지면서 그 여파는 세계를 강타했다. 눈에 보이는 장바구니 물가를 체감하면서 미래가 불안한 것이다. 노후 대책도 없이 몸이 늙어버렸다는 것이다. 눈은 침침하고 귀가 먹먹하다. 책 읽기도 힘들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글쓰기도 힘에 부친다. 


 농부는 입맛이 없다며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컨테이너 박스를 싣고 감산으로 간다. 내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 일이다. 허드렛일을 해 줄 일꾼조차 구하기 힘든 가을철이다. 건강한 몸이 보약인 계절이다. 나는 무엇으로 농부의 사라진 입맛을 돋울 수 있을까. 마트에 간다. 담백하면서 영양가 있는 음식을 해야 하는데. 밥 하기 싫다고 노래하던 내가 남편 밥을 걱정하고 있다. 입맛 없을 때는 산해진미를 내놔도 입이 쓰다.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도 없다. 늙어가는 몸뚱이가 서글퍼지려 한다. 어쩌겠나. 이것이 인생인데.

             202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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