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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촌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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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래여 Mar 13. 2022

17. 바람이 있다면

바람이 있다면      


 대통령 선거 끝나고도 사람들 입질은 조용하지 않다. 삼삼오오 모인 자리마다 이번 선거전을 다시 본다. 승자의 편에 선 자는 자신이 승리한 것처럼 상대방 후보를 깎아내리기 바쁘고, 패자의 편에 선 자는 앞으로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승자 편이나 패자 편이나 이미 끝난 일이니 합심해서 국민의 민생고를 잘 해결할 수 있으면 된다.


 농촌은 농사철이 시작되면 일꾼 비상이 걸린다. 일 잘하는 사람은 서로 모시려고 혈안이 된다. 웃돈을 얹어주면서까지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데 순박한 촌로는 ‘일단 있어보소. 그 집 일이 어찌 되는지 보고 답하리라. 올해도 나를 믿고 있을 텐데.’하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웃돈보다 이웃사촌의 정을 우선순위에 둔다. 일꾼들끼리 돌아가면서 차례를 정해 급한 이웃부터 도와주는 것이 두레 정신이고 그 정신이 아직 남아있는 곳이 농촌이다. 많이 퇴색되고 이기적으로 변하긴 했지만. 


 선거철마다 경남 지역에서 푸른 당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붉은 당이 대세다. 내가 철들기 전부터 선거철만 되면 이웃 간에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봤다. 지금도 동네 팔구십 노인들은 ‘나야, 늘 공화당 아이가.’ 하는 말이 아직도 살아있다. 공화당의 내림이 국민의 힘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촌부로 삼십 수년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푸른 당, 붉은 당 가릴 것 없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챙긴다고 하지만 사람들 사고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선거는 끝났다. 내가 찍은 한 표가 유익하거나 무익했다 해도 삶은 지속적이다. 각자도생이 필수가 아닌가 싶다. 부모에게 잘하면 자식이 복 받는다는 말처럼 희망적이면 좋겠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에 속해 있다. 현재를 직시하고 제대로 바라보고 행동해야 미래도 과거도 알차게 엮어나갈 수 있다. 정치판은 늘 당파싸움을 하는 곳이고 국민은 그 정치판을 보면서 개탄도 하고 희망도 품는다. 가능하면 희망적인 것을 선호한다.


 대통령 당선자가 아무리 똑똑해도 킹메이커를 제대로 두지 못하면 우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퇴보한다. 그 말을 뒤집어 보면 대통령이 어리석고 우둔해도 올곧은 킹메이커가 뒷받침을 잘한다면 지혜롭고 똑똑한 대통령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5년의 나라살림을 지켜보며 각자도생해야 하는 사람은 국민이 아닐까. 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를 다시 읽는다. IMF로 경제 위기일 때 쓴 글이다. 그때도 나라는 어지러웠고, 민심은 사나웠지만 우리는 살아냈고 살아가고 있다.

 

 지금이 난국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을 보며 역사는 언제나 그러했던 것이 아닐까.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지속적이고 미얀마 독재타도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전쟁으로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현실이다. 권력층과 가진 자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살아남고 죽어나는 사람은 가난한 서민이다. 1800년 대 <오만과 편견>을 쓴 제인 오스틴은 ‘가난은 영혼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 속담에도 ‘사흘 굶어 남의 담장 안 뛰어넘는 사람 없다.’ 고도하고,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각자도생이 삶의 길이 아닐까.


 이런 시기에 간절히 바라는 대통령상은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제20대 대통령 당선자는 물가가 고공행진인 현실의 경제난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국민은 지켜볼 일이다. 가난을 모르면 가난에 대처할 방법을 찾기 어렵지 않을까. 경제 대통령이 절실히 필요한 이때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는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 내기를 바라고 있다. ‘늘 명심하라. 해내고 말겠다는 너의 결심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명언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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