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들꽃
시골 길에는 인정이 오간다.
오일 장 다녀오던 할머니 시장바구니 길섶에 두고
메뚜기 잡아 강아지풀에 꿰어 손자 놈 손에 잡히고
소피 마려운 손자 놈 고추 꺼내
포물선 그리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키 넘게 자란 코스모스가 알록달록 웃고
둥글게 살찐 가로수 슬그머니 가지 뻗어
할머니와 손자 손잡아준다.
장바구니 저 혼자 모롱이 돌아
고샅 길 들어서고 메뚜기는 그네를 타고
누렇게 익은 나락 모갱이 살래살래 인사하는
시골 길에는 할머니와 손자가
들꽃으로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