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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by 박래여

집짓기




이가 시리다

시린 이 보다 더

마음 아린 나날.


섣달 짧은 해 등에 지고

무디어진 손가락 끝에

피가 돌도록 망치질 하는 그대

하루 지나면

벽 채 한 칸 완성되고

이틀 지나면

서까래 올라간다.


겨울 찬바람도

나뭇결처럼

곱게 마름질하는 그대

한 치 틈도 오차도

인정할 수 없는 나무 집

짓는다.


새참 드세요

젖은 마음자리 펴고

그 위에 따끈따끈한

찌개 냄비 올리는

눈물나는 집.


당신도 같이 먹자

후루룩 불어 먹는 뜨거운 국물

가난한 호주머니에

따뜻한 마음 하나 담긴다.


*오래 전 쓴 시다. 삼십여 년 전 집 앞으로 관광순환도로가 나면서 염소 방목하며 살던 산기슭 외딴 집이 들어가게 되었다. 보상금도 공시지가라 손에 쥔 것이 없었다. 일제 때 지은 초등학교를 헐 때였다. 학교 골판지 뜯어다 다듬고 남의 헌 집 뜯어내고 버린 서까래며 기둥을 얻어다 손수 다듬어 나무집을 지었다. 설계에서부터 집이 완성되기까지 농부의 피땀이 어렸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쥐꼬리만한 보상금에 농협 대출 몇 천만원을 합쳐 완성된 집을 나는 눈물나는 집이라고 한다. 짜투리 목재로 짜집기 한 그 집에서 30년이 넘도록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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