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낮에 캔 봄나물
조물조물 무쳐놓고
된장 풀어 쑥국 끓여
저녁상 차립니다.
야야! 마중 가야제
참 걱정도 팔자요
여자는 그저 사내하기 나름인 기라
등 굽은 할머니는
방구들 지고 누운 아들의 등에
한숨 풀어놓고
골목길 나섭니다.
그믐밤 들길은
별 보며 집 나서
별 보며 들어오는
참치 공장 다니는 며느리
속내 같습니다.
농사만 짓고도
먹고 살 걱정 없는
세상이 오기나 하려는지
간이역 불빛은 멀기만 하고
뒷짐 지고 잰걸음 치는
할머니 어깨위로
별들이 가만가만
앉습니다.
*새내기 촌부일 때 쓴 시입니다. 동네 젊은 아내들은 너도 나도 참칫공장 다닐 때였습니다. 농사만 지어서는 입에 풀칠 하기도 어렵고 자식들 공부 뒷바라지 하기도 어려울 때였지요. 농번기 끝나면 농촌 아주머니들은 너나없이 참칫공장에 돈벌이 나갔었지요. 옆집 할머니도 며느리가 참칫공장 다녔는데 귀가가 늦은 날이면 아들 대신 며느리 마중을 나가곤 했드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