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날
닭 세 마리 손님상에 오른 날
비어가는 술병 숫자보다 더 흥겨운 자리
시를 읊조리고 문학을 안주 삼아
예쁘게 살자 거나
좋은 글밭 이루자거나
서로가 서로를 부추기고 들썩이다
서산에 걸린 햇살 끌어와
잔디밭에 풀어놓고
한바탕 풍물놀이 신명 푸는데
아얏!
새된 비명 소리 모두 주목
술 취한 시인 무릎에서
붉은 카네이션 꽃 피고
손님 덕에 목줄 묶인 화풀이 한 진돗개
꼬리 내리고 딴전 피우는데
아뿔싸!
복병은 따로 숨어 있었구나.
**오래 전, 문우들이 몰려와 한바탕 흥겨운 자리가 마당에서 벌어졌었지요.
평소 목사리도 없이 키우던 진돗개가 있었어요. 지금은 개를 묶어 키워야 하지만 그때는 풀어 키워도 탈이 없었어요. 산에 가서 고라니도 잡아오고 염소몰이도 하던 영리한 개였지요. 그 개를 손님들이 무서워해 목줄을 채워 묶어 놨었지요. 하필이면 술 취한 시인이 그 개가 잘 생겼다고, 예쁘다고 다가가 쓰다듬으려 했었나봐요.
자유를 속박당해 골이 잔뜩 났던 판에 낯선 객이 다가와 쓰다듬으니 열 받았겠지요.
그냥 무릎에 이빨 두 개를 박았어요. 그때 알았어요. 개에게 물렸을 때 쑥뜸이 제일이란 거.
벌겋게 부어오르던 이빨자국에 쑥뜸을 했더니 부기가 사르르 갈아앉더군요.
승용차로 대학병원에 모셔 광견병 예방 주사 맞히고
염소 한 마디 잡아 약 고아서 보내줬었지요.
그 후에도 시인을 만날 때면 늘 그 이야기로 웃었지요. ^^ 아름다운 추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