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뜬금없이
장미 한 묶음 내미는 그대
손 내밀기 전 찰라
빛살처럼 이미지 소용돌이 치고
가을 풀처럼 말라가던
시심에 던진
불땀 한 송이
장미는 이미 장미 아니다
절반의 정열이요
절반의 그리움이요
절반의 참을 인자
남은 세월
그대 곁에 있음을 아는 것
반백의 머리 결 쓰다듬듯이
장미송이 보듬는다.
** 한때 붉디붉은 울장미를 참 좋아했던 적이 있어요.
장미의 계절 오월이 오면 괜히 설레기도 했지요.
산기슭에 터를 잡으면서 울타리 너머로 장미 모종을 구해다 심었던 적이 있어요.
몇 년동안 장미꽃 보는 행복도 누렸지만 부지런한 농부 덕에 장미덩굴은 시나브로 사라졌어요.
사철나무 울타리가 차나무 울타리로 바뀌면서 장미는 씨도 안 남았네요.
몇 년동안은 야생화 꽃밭도 만들어놓고 행복해 했지만 세월가니 시들더군요.
산에 살면서 산과 닮아 사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애써 꽃밭 조성을 할 마음을 버렸어요.
숲이 정원이니까 숲이 주는 것에 만족하려고요.
저 시를 보니 젊은 날의 향수가 생각납니다.
장미꽃다발을 받고 청혼을 받아들였던 기억도 떠올리며.
모두 당신의 자리에서 빛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