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복숭아
오일장 좌판 위에
동개동개 포개 앉은
천도복숭아
사 주이소
간절한 눈빛
탱자 울 개구멍으로 넘나들던
유년의 과수원
그 악동들
한 소쿠리 주이소
시다 입덧을 안 해서
시장바구니에
주섬주섬 추억을 담고
발걸음 가볍다.
**복숭아 철이 다가오네요.
오일장 난전에 가면 가끔 천도복숭아가 좌판에 놓여 있곤 해요.
천도복숭아는 기존 복숭아처럼 보푸라기가 없어요. 큰 자두처럼 매끄러운데 색깔은 어찌나 먹음직스러운지. 새빨깧게 익어도 신맛이 강해요. 초등학교 시절 학교 뒤에 복숭아 과수원이 있었지요. 탱자울타리가 빙둘러 있었어요. 학교 파하면 악동 몇몇이 어울러 복숭아 서리를 갔어요. 탱자울타리 틈에 개구멍이 뚫려 있었지요. 주인에게 들킬까봐 잔뜩 움츠리고도. 하필이면 개구멍 가장 가까운 곳에 천도복숭아 나무가 있었어요. 새빨간 복숭아가 어찌나 먹음직 스러운지. 한 친구가 그 새빨간 천도복숭아를 땄어요. 먹어 봐. 맛있어. 한 입 베어물고 시어 죽는 줄 알았어요. 지금도 천도복숭아보면 입안에 침이 고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