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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바람 불어

by 박래여

개발바람 불어



왼 종일 산새와 풀벌레 울음

결 고운 바람결에 사그랑 가랑잎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온

산골 외딴집

칠년.


외로움 속으로 삭여

가슴 밑에 가라앉히고

이슬처럼 맑은 영혼 하나 건져 올리며

검은 머리 결 하얗게 빛나도록

그렇게 살 줄 알았던

내 삶의 터전에

난데없이

개발바람 불어

때 묻고

탁한 입김들 들쑤시는구나.


공권력 앞 세워 칼을 대는 데

힘없는 나무와 풀은

의지할 언덕조차 없구나

도로 편입 부지 맘대로 정하고

바람 불면 날아가 버릴 보상금 몇 푼

하소연 할 곳 아무리 찾아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

넋 놓고 앉았다.


명예를 탐하거나

부를 욕심내지 않았건만

개인의 권리는 어디에도 없고

세상인심 권력과 관행으로

점철되어 있구나

변한 줄 알았는데

변한 줄 알았는데.


사철나무 울타리에 새는 집을 짓고

겨울나무 가지마다 잎눈이 도드라지고

마른 잔디밭 틈새로 푸른 땅 심

솟아나지만

내 마음의 뜨락엔

황량한 바람만 쉼 없이 불어도

살아낼 거야

살아내야지.


**그때 3년 간 버티다가 결국 수용하고 말았지요. 집 앞으로 관광순환도로가 뚫리고 우리는 염소방목을 접어야 했지요. 빚내서 새로 집짓고, 고사리 농사를 짓기 시작했지요. 우리동네 사람들, 고사리는 산에서 꺾는 줄만 알다가 산비탈을 개간해 고사리 모종을 구해다 심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었지요.

그때의 암담했던 기분을 다시 느낍니다.

그래도 시처럼 그 자리에서 살아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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