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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by 박래여

친정


눈 덮인 지리산 밑

산자락에

지킴이로 남아

이끼 낀 돌담과

탱자 울 벗 삼아

세기 말이 지나도 변함없는

정든 고향집

가슴이 시리다.


한 집 두 집

정든 이웃 다 떠나고

홀로 남은 집

고단한 몸 뉘어

깊이 잠든 어머니

착각이었을까

아버지 생전 모습

언뜻 보인다.


가슴 한 자락 잡고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멍울 같은

어머니

어머니.


* 친정어머니 가신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어쩌다 꿈에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요. 어리광 부리고 싶고, 사는 게 힘들어 죽겠다고 하소연 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날, 나는 고아구나. 심정에 아리게 박히던 그 문장이 지금도 살아있습니다. 나와 남편이 떠나면 내 아이들도 그러겠지요. 부모가 떠난 자리에 자식이 부모가 되어 있겠지만 자식은 죽을 때까지 자식의 자리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농담처럼 아이들이 엄마라 부르면 나도 우리 엄마 보고 싶다고 하지요. 이승 떠나면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늘 그리운 어머니입니다. 장마 시작이랍니다. 어두운 마당에 빗줄기 굵습니다.

모두 좋은 일만 생기는 하루가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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