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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

by 박래여

단비



참말로

오는 김에 되고로 오이소

엊그지

내 새끼보다 더

애지중지 키운 고치 모

밭에 내다 심었더이

사나알 만에

옷을 활딱 벗어 삐데

배배꼬인 몸뎅이

알로 우로 씨다듬음시로

명긴 놈은 살거라

군담했더이

비님이 오시네

우짜든지

뿌레이가 포옥 젖도록

오이소.


* 가뭄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봄에도 저 시처럼 촌로의 마음은 타들어갔었지요.

이삼십 년 전만 해도 고추모를 집에서 키웠었지요. 지금은 농협 종묘상이나 개인 종묘상에서 포터에 넣은 고추나무를 사다 심지요. 돈만 들이면 수월해졌지만 비닐하우스에 씨앗 뿌려놓고 싹 오르는 것을 들며 키운 모종에 비할 수 없지요. 그때는 집집마다 애정으로 키운 모종을 고추밭에 옮겨 심고 물통 들고 다니며 물을 줘 가며 잔뿌리 내리길 기다렸지요. 비라도 와 주면 좋겠는데 봄 가뭄이 심하면 고추모가 활착하기 어려워요. 물통을 지고 다니며 물을 줬지요.

가뭄에 단비오면 촌로들은 너나없이 '아이고, 비님 고맙습니다. '기도합니다.

장마시작이라네요. 하루 반짝 햇살 났다가 다시 흐려져 비를 뿌립니다.

축축한 땅, 축축한 나무들, 축축한 마음까지 보태게 되는 나날입니다.

모두 장마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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