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녀

by 박래여

그녀



시가 맑았다

그녀 만나러 갔다.


세상풍파 속속들이 삼키고 사는 듯

차갑고 고집스런 얼굴이지만

차 한 잔 나누다보니

깊고 부드러운 속정

여린 제비꽃 닮았다.


질긴 외로움 딱딱하게

눈물 많은 속내 차갑게 포장한 그녀

저렇듯 각질 단단하게 여물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 삭이고

또 삭였을까.


그녀의 시가 맑은 이유는

곰삭힌 마음

담긴 까닭이다.


**가끔 시인이 보내주는 시집을 받아 읽습니다.

시를 읽으며 시인의 심상을 가늠하지요.

그녀의 시는 맑았습니다.

저는 맑은 영혼이 깃든 글이 좋습니다.

분단장 곱게 한 것보다 진솔한 마음이 담긴 시가 좋습니다.

시나 수필, 소설을 읽으면서 글쓴이를 생각하는 것은 독자 몫이지요.

나와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좋은 시로 가슴에 담아두지요.

오래 전에 쓴 그녀의 시를 다시 읽었습니다.^^


아침부터 종종걸음 쳤습니다.

텃밭의 오이 대여섯 개 따다 바로 먹을 수 있는 장아찌 담그고

지난 가을 고춧잎 삭힌 것으로 담근 고춧잎 김치가 맛이 없지만 아까워서 버릴 수가 없네요.

다시 씻어서 양념을 새로 해 봤습니다.

나이 드니 솜씨도 자꾸 삭아가나봐요.

음식 맛을 못 내겠네요.

음식이 시가 되고 일상이 시가 되면 세상이 참 맑아보이지 않을까요?

모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자굴산 자락에서 푸름살이 드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