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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벌

by 박래여

토종벌


시 한 수 읊조리니 아카시아 꽃 피다

제 철 만난 토종벌 희열이 만면이다

꿀 따다 재우는 맛 깨소금 맛이랄까.


아뿔싸!

말벌 떼거리로 몰려와

깨물고 쏘고 빼앗고

혼신을 다해 버티다 기진맥진한 토종벌

사경을 헤매면서도

꿀단지 지키다.



시 한 수 짓고 나니 아카시아 꽃 지다

굿판 끝난 벌통 앞에

토종벌 통곡하다 분연히 일어서다.


독한 놈이 이겨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야

은근과 끈기로 뭉치면 질겨져

힘센 놈 모가지 비틀어야지

벌통 청소하고

꿀 물어다 재고 알 깐다.


**한 때 토종벌 여남 통을 키웠드랬죠.

무공해 진짜배기 꿀을 먹으려는 의도였죠.

몇 년간 맛있는 토종꿀 덕에 행복했지요.

지인들께 나누어주기고 하고, 돈벌이도 됐지요.

토종벌꿀은 가을에 한 번만 뜨는데 겨울나기 할 정도의 먹이꿀을 남겨둬야 하지요.

아니면 겨울에 설탕물을 끓여 먹이로 줘야 한다더군요.

몇 년 전인가. 지구 온난화가 시작되면서 토종벌에겐 치명적인 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됐지요.

우리 집 토종벌도 그때 고사했어요.

벌을 키울 때면 늘 말벌과 두꺼비가 문제더군요. 말벌은 토종벌을 물어죽이고 두꺼비는 벌통앞에 버티고 앉아벌을 잡아 먹어요. 수시로 두꺼비는 잡아서 멀리 갖다 버리고 말벌은 파리채를 들고 앉아 잡아줘야 했지요.

말벌과 사투하면서 쓴 시랍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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