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기염소
우유병 들고 염소 막 간다
내 발자국 소리에
허겁지겁 달려오는 아기염소
까만 눈망울에 고인 눈물
왕따가 서러워 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워 서럽단다.
태어나자마자 어미 잃은 아기염소
거실에서 키워 마당에 내 놨더니
며칠 간격으로 태어난 강아지 여섯 마리
마당 뒹굴며 장난이더니
제 본성 살아난 강아지 떼
아기염소 쫓아다니며
물고 뜯는다.
괴롭힘 당해 우는 꼴 못 봐 주고
제 가족 틈에 끼운 아기염소
거기서도 왕따라니
속상해 속상해서 울고 싶어라
명 치레 하는 것이 예쁘긴 한데
내가 제 어민 줄 아는 것이
사랑스럽긴 한데
애간장 녹이는 저 슬픈 울음
귀 막아도 들리는
저 깊은 정
어찌 뗄 거나.
빈 우유병 들고 염소 막 나오니
엄마아, 엄마아
애끓는 부름.
** 한 때 염소를 자연방목으로 키웠더랬죠. 많을 때는 360두가 넘었었지요.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같았지요. 염소랑, 개랑, 고양이랑, 닭이랑, 저는 염소지기였지요.
염소를 찾아 산을 타고, 개랑 같이 염소를 찾아 다니고, 암탉이 숲에 낳은 알을 찾아 숲을 뒤지기도 했지요.
흘러간 과거는 돌아오지 않지만 기억속에 저장되어 있고, 미래는 다가오지 않았지만 보일 듯 하니
어쩌겠어요. 현재에 충실한 것이 남은 나날 알차게 사는 방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