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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고조선에는

<시>

by 박래여

찻집 고조선에는



찻집 고조선에는

맑은 샘물 찰랑찰랑 넘쳤다

먼지 묻은 다기들도 오순도순 정겹고

황토벽에

묵은 서까래에 걸린

거미줄도 참선 중이었다.


나직한 기와집에

옛 정취 아지랑이로 피어나고

목우 차와 쑥차 향 보다 더 진한

말(言)차 마시며

환한 미소 피워 문 주인아씨

눈빛 맑아 좋았다.


찻집 고조선에는

조선인의 향기가 배어나왔다

차 값 따로 지불 없이

항아리에 담는 인정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평상심이 道였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밝은

합천 해인사 가거든

숲 길 아래 찻집 고조선에 들려보라.



* 지금도 합천 해인사 아래 찻집 고조선이 영업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합천 해인사를 가면 꼭 들리던 찻집인데. 젊은 주인마님이 참 곱고 화사했어요.

근래들어 더 많이 변했겠지요. 이삼 년 전에 들렸을 때 인심도 각박해지는 걸 느꼈었지요.

관광지가 된 합천 해인사 주변도 참 많이도 변했었구요.

먼 길 걷는 일이 불편해지면서 찾아가기 힘든 절이 되었어요. 입장료, 주차료 문제도 큰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신도증이 있어 편하게 다녔었지요. 신도증이 있으면 출입이 편하거든요. 그것도 시들해져 버렸어요. 이젠 앉아서 장천리 보고 서서 구천리 보는 삶이 편해졌어요.^^

바람이 가을 맛을 냅니다. 태풍이 오려나봐요.

모두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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