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살이 시>
어머니
어머니 모시고 목욕탕 갔다
우렁이 각시보다 예뻤던 어머니
이제 당신 몸 하나 건사 못하는 노인
쭈글쭈글한 살갗 씻어드리니
구멍 숭숭 난 뼈 속
아린 통증 감내하기엔
너무 벅찬 몸피
한 세월 진액 다 뽑아 준 자식들
제 살 욕심만 챙겨도
더 주지 못해 맘 아린 어머니
목욕탕에 연꽃으로 피었다.
**척추뼈가 삭아서 골다공증까지 겹쳐 아픈 친정어머니를 우리 집에 모시고 있을 때였습니다. 지팡이에 의지해서라도 걷고 싶어 하시던 엄마였지요. 우리 시부모님과 사위 눈치 보인다고 당신 집에 가시고 싶다는 것을 억지로 두 달이 넘게 모셨었지요. 그때 목욕탕에 모시고 다니며 쓴 시랍니다. 쌍꺼풀진 큰 눈에 채송화 같았던 엄마를 닮지 않은 저는 다리 밑에서 주워온 딸인 줄 알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 제 모습은 환갑진갑 다 지나셨던 친정엄마랑 판박이라네요. 씨 도둑질은 못 하신 거지요.
저승길 떠난지 오래 됐지만 엄마가 참 많이 그립습니다.
몸이 고단한 노인의 길에 들어서니 더욱 더 엄마가 그립습니다.
엄마에게 노인의 길을 어떻게 살아냈느냐고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