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담배

<푸름살이 시>

by 박래여

담배


아들, 아들

고대하던 울 엄니

미역국도 채 넘기기 전

애기 장에 아들 묻고

곰방대 찾았다나.


드센 팔자 타고 나

남의 문전 대 끊었다고

고초 바람 시집살이

숨은 담배 태웠다나.


씨앗 들여

안방 차지

화병 삭여 문 담배

줄 담배 되었다나.


오장육부 다 삭도록

사랑으로 키웠건만

속 썩이는 아들 보며

설고 설워 피운 담배

한 세월 가셨다나.


새마을에

청자에 솔에서 장미까지

떼려야 뗄 수 없는

피붙이가 된 담배

내 죽거들랑

담배 한 보루 넣어 주게.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금기시 하던 시절이었다. 담배농사를 지을 때가 있었다. 담뱃잎을 말려두고 종이에 말아 피우기도 했고, 곰방대에 재워 피우기도 했다. 여자가 입덧을 할 때 담배를 피우면 헛구역질이 덜하다고 했다. 엄마는 입덧으로 담배를 배웠다고 하셨다. 손 귀한 집에 시집 와 아들 타령하는 할머니 시집살이에 주눅들어 숨어 피운 담배였다고 하셨다. 담배는 한 풀이 아니었을까. 홧병을 다스리는 약이 아니었을까.

한 때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하셨다. 노인이 되신 아버지도 엄마에게 담배를 권했다. 두 노인이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흉하지 않았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혼자 계시면서 담배 피우는 낙으로 사셨다. 엄마에게 담배는 심심초였다.

동생은 엄마에게 군대에서 주는 담배를 모았다가 휴가나오면서 가져다 주었다. 엄마는 동생이 준 담배를 아껴아껴 피우시며 자랑하셨다. 선물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해 주어야 한다. 내가 좋은 것이라고 상대방이 싫어한다면 선물의 값어치가 없다.

오래 전에 쓴 시밭을 뒤적이며 엄마 생각을 많이 하는 나날이 깊어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