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
고사리 꺾다 괜한 트집 잡았다
찔레꽃이 화들짝 놀라 움츠렸다
독립운동가 후손 잘 사는 사람 없더라
매국노 후손 떵떵거리며 산다더라
내 호주머니 털어가면서
골프장 반대 시위에 날 샌들
고사리가 저절로 꺾어져
감꽃이 저절로 솎아져
우리에게 득 될 것도 없는데
왜 나서서 욕먹느냐 말이지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나
돈과 권력 쥐락펴락 하는 자를 상대로
쌈 해 봤자 말짱 도루묵이야
주민들 먹을 물도 모자란다니까
등 너머 상수원 물 끌어다 넣어준다고
한 집에 45만원 씩 내라는데
골프장 들어오면 가장 먼저 타격 입을 터줏대감
뒷짐 지고 제 잇속 챙기는데
챙길 잇속도 없으면서 나서서 욕은 왜 먹어
누군가는 막아야지 골프장 못 들어오게
그래, 누군가가 왜 당신이냐고
우리 농사 망치면 누가 책임져 준대
당신 같은 사람만 살면 무릉도원 따로 없겠네
그런 동네 어디 없을까
인터넷 여니 부부의 날이란다
부부 싸움만 대판 한 날
그 놈의 골프장이 문제다.
** 우리 동네 옆에 27홀 골프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발칵 뒤집혔던 적이 있습니다.
면내 주민들의 속내를 알게 된 적이 있지요. 농민회를 주축으로 한 반대파와 골프장 유치를 위해 물밑 작업을 한 찬성파로 나뉘어져 치열한 공방전이 있었지요. 한창 농번기라 일에 치어 죽을 판인데 골프장 반대시위 한다고 발바닥에 불나게 뛰어다니는 농부에게 화가 나서 소리 지른 날이었지요. 저도 골프장 반대파라 동네 어르신과 핏켓 들고 군청 앞에서 하는 반대시위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내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야 하는데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끌 생각도 않고 동네 불만 끈다고 날마다 나대는 농부에게 화가 단단히 났었지요.
하필이면 그날이 부부의 날이라더군요. ㅎㅎ
결국 오륙 년을 끌던 골프장은 개장 됐지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