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글방
그녀는 사랑마을 구석에 셋방 얻어
세간 살이 몇 개 챙겨 놓고
주인에게 미안할 정도로 발길 뜸했다
주인은 세간 들인 것 고스란히 남기고
야반도주라도 했을까봐 속 끓이지 않았을까
세간 살이 팔아 봤자 방세도 안 나올 물건들
기다려보는 수밖에 별 수 없다고 생각했을지 몰라
그녀는 염치는 없지만 할 말은 있다
온기 없는 방이지만 가끔 들여다봤다고
거미줄 걷고 싶은데 누가 걷어주길 기다렸다고
방은 주인의 훈기로 따뜻한 법인데
어디서 무엇에 홀려 살다 왔는지
그녀는 조용히 장작 서너 개 가새지르기 해 놓고
불쏘시게 한 줌 넣고 성냥 그어 불붙이며
자주 데울 수는 없지만
잊지 않고 들락날락 한다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고
혹여 지나던 길손 목마르거든
세간 어딘가 있을 맑은 물 한 잔 마시고
흔적 한 줄 남기고 가면 더더욱 고맙겠다고
소지 한 장 적어 장작불 위에 올리며
주인이 빙그레 웃어주면
더딘 발걸음도 가벼울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 인터넷으로 세상보기 하는 것도 힘들어지네요.
열정이 자꾸 식어가서 그럴까요? 나이 탓일까요? 하고 싶은 말을 밖으로 쏟기보다 안으로 재우고 싶어 그럴까요? 인터넷 글방이 허전해 보일 때 시답잖은 시라도 한 줄 써 놓고 싶습니다. 이월이 목전인데 춥습니다. 밖은 추워도 안은 따뜻하겠지요. 씨앗은 벌써 발아를 시작했을 것이고 꽃봉오리도 속으로 살을 찌울 것입니다.
모두 건강한 나날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