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가 잘 어울리는 나

지금 이순간을 감사하기

by 진혜


시부모님과 조경수를 키우고, 많지는 않지만 일반 농사도 짓는 남편은 농번기인 요즘 인력이 필요하단다.

인건비도 비싸져 성수기에는 보통15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농번기 한 달 동안 필요한 인력비를 생각하면 꽤 큰 부담이다.

그나마도 요즘은 인력사무실에 외국인 포함, 노동자가 많지 않단다.


십만원이 넘는 하루 일당.. 한 달로 치면 얼마야.


평소 같으면 흘려듣고 말았을 텐데, 미용실은 약간의 비수기를 맞이한 터라 요즘 제법 한가해져 귀가 솔깃했다.


‘휴무일에 남편 일을 도우면, 용돈도 벌고 괜찮겠는데?’


그래서 물었다.


"나도 할 만해?"


남편이 웃는다.

단순노동이지만 하루 종일 땡볕 아래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밭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당신은 못 할 거란다.


'그렇지. 원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거지'


이 날씨에 밖에서 일하는 것도 힘들지만 반복되는 육체노동을 특히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반복 노동이 아닌 창조적 노동이자 사람의 외, 내면까지 어루만지는,

나는야 '헤어 디자이너'가 아닌가!


솔직히 하루 일당, 그 돈 생각만 한 거다.


나를 찾아 방문해 주는 감사한 고객님과, 추우면 히터 틀고 더우면 에어컨 틀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나의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남의 떡이 커 보인다더니! 내 심보가 우스웠다.

가진 것에 대한 고마움 없이 말이야.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


요즘 조금 한가했다고 마음이 시끄러웠나 보다.

나의 공간에 찾아주신 고객님 한 분 한 분 최선을 다해야겠다.


감사하다.


이런 생각(반성)을 하고 있는 내 정신 상태와 글을 쓰고 있는 이 환경,

그리고 나의 손이 흙이 아닌 가위를 잡아야 할 이유를 알고 있는 남편의 사랑에도 감사하다.

그이는 내가 얼마나 이 일에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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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있는 이 시간, 틈을 만들어 글을 쓰고 있다.




가위가 잘 어울리는 나는,
'글 쓰는 헤어디자이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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