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워밍업
허리가 아파져 잠이 깼다.
더듬더듬 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보니 새벽 4시 30분이 조금 지났다.
'한 시간의 여유가 있군!'
곤히 잠들어 있는 아들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거실로 나와 아픈 오른손에 손 마사지기를 끼우고 소파에 누워본다. 누운 자세가 바뀌어서 그런지 허리 통증이 사라진다.
부드러운 모달 소재의 얇은 이불과 약간 서늘한 듯한 거실의 온도, 손 마사지기의 소음이 마치 백색소음이 된 듯 스르륵 다시 잠이 든다.
AM 5:30
방에서 남편의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이제 정말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안녕! 사랑해'
이하영 작가의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 책을 읽은 후부터 매일 아침 이름을 붙여 나의 영혼에게 첫인사를 건넨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 남편이 어슬렁 방에서 나와 나의 상태를 살피고 씻으러 들어간다.
이따금 뽀뽀도 해주고 가던데 오늘은 그냥 간다.
어제 냉동실에서 꺼내놓은 국을 냄비에 옮겨 끓이고 친정엄마가 해주신 밑반찬을 조금씩 덜어서 아침을 준비한다.
해가 일찍 뜨는 계절엔 남편이 일찍 출근하기 때문에 나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아침식사는 꼭 먹여 보내고 싶다.
몸을 움직이니 정신이 온전히 돌아온다
AM 6:00
아들의 방이지만 나의 서재로 이용하고 있는 이 공간에서 테블릿으로 줌을 켠다.
3년 전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인연인 된 분들과 영상으로 만나 동기부여를 해주고 있다.
보통 간단한 명상 후 책을 읽고 다이어리 점검을 하는데 요즘은 글쓰기에 빠져있다.
해가 일찍 뜨다 보니 이 시간이면 환한 대낮인데 한 겨울엔 칠흑같이 어둡고 고요한 나만의 아침 시간이 연출된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기엔 새벽만큼 좋은 시간이 없다.
서로의 손만 보여도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AM 7:00
이제 아들을 깨우러 가자.
"사랑하는 왕자님! 7시예요~"
뒤척이던 아이가 등을 돌린다. 등을 긁어달라는 신호다. 적당히 긴 손톱을 세워 적당한 세기로 벅벅 긁어준다.
어라. 이 녀석.. 자세를 바꾸지 않는다. 한 번으로 안 끝난다. 세 네 번 더 긁어줘야 한다.
시원함과 엄마의 애정이 느껴져서 그럴까? 손톱자국이 날까 봐 걱정되는 어미의 마음을 몰라준다.
변신을 해보자.
좋은 음악을 틀고 개운하게 씻고 나와 메이크업을 한다. 요즘은 햇빛이 뜨겁기 때문에 걸어서 출근하려면 서둘러 준비를 해야 한다. 걸어가는 동안 젖은 모발은 거의 건조되니 두피만 간단히 말린다. 드라이기 엔진 소리가 오늘따라 힘 있게 들린다.
상쾌하다.
햇빛은 뜨겁지만 바람은 시원한 계절이다. 어릴 땐 양산을 쓰는 모습이 아줌마스럽다고 느껴져 부끄러웠는데 이제 남의 시선이 대수랴, 얼마 전 새로 장만한 검은색 양산을 활짝 펴고 씩씩하게 걸어간다.
강의를 들을까 음악을 들을까 고민하다 신나는 음악이 듣고 싶어 2000년대 댄스음악을 검색했다.
역시 텐션 오르게 할 때는 댄스가요가 최고지.
덕분에 평소 40분 걸리는 거리를 5분 단축해서 도착했다.
"삑삑 삑삑"
문이 열리고 흰색 쉬폰 커튼이 반겨주는 23평의 적당하고 아늑한 나의 공간에 입성했다.
여러 나의 모습 중 가장 애정하는, 헤어디자이너로 스위치가 바뀌는 순간이다.
오늘은 어떤 만남으로 나의 감성이 채워질까! 설레는 마음으로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확인한다.
반가운 고객님의 이름으로 예약 창이 채워져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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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밍업이 끝났다.
이제 힘차게 가동해 보자.
오늘도 좋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