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좋아하는 것을 했나요?
하루 중 미용인으로 지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마지막 예약 고객님의 시술이 끝나고 직원은 퇴근했다. 고요한 이 시간, 음악부터 잔잔하게 바꿔 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대부분 글은 일찍 출근해서 쓰는데 오늘은 늦어졌다.
"토독토독 탁. 타닥타닥 탁 탁!"
머릿속 글감이 손끝을 타고 하얀 모니터에 점을 내려찍어 간다.
연달아 이어지는 타자 소리, 특히 엔터키를 누를 때 유독 경쾌하게 들린다. 마치 가위를 잡던 좀 전의 내 모습이 사라지고 글 쓰는 나로 바꿔주는 효과음 같다.
하고 싶은 말, 표현하고 싶은 글들이 수두룩인데 어째 영 속시원히 나오질 않는다. 수많은 생각들과 단어들이 엉켜있어 풀릴 생각을 안 한다.
장문의 글을 쓰는 작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더 나아가 장편의 소설을 쓴다는 건 정말 위대해 보인다.
뭐든 '바라는 것'과 실제로 '잘 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사실, 나는 신념과 이타심을 담아 자기 계발서처럼 글 쓰고 싶은데 막상 쓰다 보면 자꾸 감성적이거나 자기반성 스타일의 글이 써진다. 계획적이고 강단 있는 성격의 사람들을 너무나도 부러워하지만 정반대의 성격인 나는, 현실에서 때론 갈 길을 잃기도 하고 그들을 마냥 부러워한다. 현실을 잘 알면서도 욕심부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직업만큼은 바라고, 잘하고, 좋아하는 '헤어디자이너'가 되어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잔잔한 음악 소리와 키보드 타자음이 조화롭고 잘 정돈되어 있는 이 공간에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굉장히 평온하고 감사하다. 오늘의 고객님을 안녕히 보내드렸다는 안도의 마음과 이렇게 글을 쓰며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있다는 느낌이 좋다.
아침 출근길에 들은 강의에서 마흔이 넘으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꼭 해봐야 한다고 했다.
매일 글을 쓰는 요즘, 바로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확신과 더 나아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내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삶 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통 감사투성이다.
이제 퇴근을 하자.
사랑하는 가족들과 오늘의 하루를 물으며 맛있는 저녁식사를 함께 하겠지.
다정하고 평온한 나의 집으로 가보자.
오늘도 나의 하루에 즐거움을 느끼며, 안녕히 잘 보냈다.
그리고 당신의 오늘 하루도 안녕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