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요정'의 추억

잘 지내고 있니, 소녀들아!

by 진혜

나는 자칭 '날씨 요정'이다.

여행 날에도 비가 올까 봐 염려하지 않는 나를 보고 친구들이 의아해 한다. 일기예보 보다 직감을 믿는 긍정적 마인드의 힘이라고 할까? 그리고 또, 비가 오면 어떠하랴. 그 나름의 재미도 좋다.

때론 정말 비가 오지 않을 때 "거봐, 내가 날씨 요정이니까?" 하고 어깨에 은근히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건 어느 날의 기억이다.

날이 흐려 우산을 들고 출근을 할까 하다가 '나는 날씨 요정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빈손으로 길을 나섰다.

한참을 걸어왔을 때 '후두둑' 제법 비가 쏟아져 내렸다.

"어쩌지? 우산을 살까? 말까?"

저 앞에 편의점이 보여 내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다이소의 두 배 가격을 주고 우산을 사기엔 집에 모셔둔 우산이 꽤 많아서 아까웠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되기에 그냥 비를 맞기로 마음먹었다. 금세 신발과 옷이 졌었는데, 순간 어릴 적 기억이 나서 혼자 웃음이 나왔다. 초등학교 때 일부러 비를 맞고 친구들과 신이 나서 뭐라 뭐라 소리 지르며 집에 걸어가던 추억이 떠올랐다. 엄마에게 혼날 생각보다는 그저 친구들과 함께하는 순간의 즐거움이 컸던..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어른이 된 지금은 비에 맞으면 건강에도 안 좋지만 비 맞고 있는 모습이 남들 보기에 '사연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타인의 시선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을 왜 그렇게 생각이 많은지.

숍에 도착해서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며 예쁘게 드라이를 하다가 문득 과거의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 수줍고 웃음 많던 소녀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살고 있을까.


이날의 '날씨 요정'은 애매하게 비를 맞은 결과가 되었지만, 잊고 지내던 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했다.

이번 주에도 계속 비 소식이 있다.

" 일부러 맞아볼까?" 하는 생각에 날씨 또다시 혼자 미소 짓는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날이 더우면 더운대로 지금을 즐기며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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