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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발효시켜 먹는 나라끼리의 만남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 만들기

by 어둠의 극락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면서 몸에 좋은 음식이 또 있을까. 재료는 양배추와 소금 딱 둘만 있으면 된다. 게 썬 양배추를 굵은소금과 잘 섞이도록 버무리고 용기에 꾹꾹 눌러 담아 봉한 다음 실온에 일주일 정도(여름에는 사나흘) 두면 끝이다. 정확하게 계량할 필요 없이 섞고 나서 맛을 봤을 때 적당히 짭짤하면 된다. 너무 안 짜면 발효가 아니라 부패할 수 있다. 완성된 자우어크라우트의 맛과 식감은 딱 백김치이다. 발효식품답게 뚜껑을 여는 순간 꼬릿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냄새가 거북하다면 후추, 월계수잎 등이 함유된 피클 스파이스를 섞으면 좋다. 완성되면 냉장보관해야 한다.

자우어크라우트는 그야말로 유산균 폭탄이다. 양배추 자체도 식이섬유가 풍부한데 발효까지 시켰으니. 변비는 말할 것도 없고 위장과 혈당 조절에도 좋다고 한다. 기질도 많아서 과거 유럽에서 신선한 음식을 먹기 어려운 뱃사람들에게 비타민 C 결핍으로 발생하는 괴혈병 예방을 위해 다고 한다. 이렇게 몸에도 좋은데 피클만큼 과하지 않은 신맛과 짭짤함, 은은한 단맛, 아삭한 식감이 입도 즐겁게 해 준다. 치킨을 먹을 때도 무보다 더 잘 어울린다. 당연히 다른 육류와도 잘 어울린다. 스테이크나 슈니첼(포크 커틀릿), 소세지에 감자와 함께 곁들이면 오래전 가보았던 독일에 돌아간 기분이 든다.

독일의 대표 음식으로 소개되곤 하나 유럽 전역은 물론 북미에서도 널리 섭취한다고 한다. 다만 생으로는 잘 먹지 않고 볶거나 데치는 등 조리를 해서 먹는다. 스튜나 수프에 넣기도 한다. 몽골이 유럽에 진출했을 당시 아시아에서 야채를 발효시켜 먹던 풍습이 전파되어 먹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파독 근로자들이 먼 타지에서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한국인에게 마늘이나 김치 냄새난다고 조롱하는 것처럼 독일인을 비하하는 말로 쓰인는 웃지 못할 사실도 있다.

이 글을 우연히 본 여러분들은 어서 한 아름이나 되는 크고 무거운 양배추 한 통 사다가 자우어크라우트를 꼭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타국의 정취를 느끼며 건강도 챙기니 일석이조 아니겠나. 배추 발효시켜서 먹는 나라의 사람에게는 전혀 거부감이 없으리라 장담한다.


표지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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