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야쉬 만들기
구야쉬(Gulyás)는 헝가리의 대표 음식으로 소고기와 파프리카, 토마토, 감자, 당근, 양파 등을 넣고 끓인 스튜이다. 시골에서 목동들이 고기와 각종 야채를 끓여 먹던 것이 유래라고 한다. 구야쉬도 자우어크라우트처럼 유럽 전역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내가 이 음식을 처음 먹어본 곳도 독일이었다. 육류를 사랑하는 나라답게 소고기뿐 아니라 미트볼까지 들어있어서 정말 맛있었다. 집에 돌아온 뒤에도 그 맛이 그리워 가족과 함께 자우어크라우트와 더불어 직접 만들게 되었다.
<재료>
소고기 등심 600g
빨간 파프리카 한 개
토마토 한 알
감자 두 알
당근 한 개
다진 마늘 한 큰 술
토마토소스(바질, 후추, 소금 함유)
페페로치노 3~5개
버터 또는 올리브유
그 외 후추, 소금, 브로콜리, 미트볼 등 기호에 따라 선택
1. 소고기와 감자, 당근, 양파를 깍둑썰기하여 준비한다. 파프리카는 반으로 가른 다음 속을 파내고 다른 재료보다 더 작게 썬다.
2. 토마토를 껍질이 벗겨질 때까지 끓는 물에 통째로 빠르게 데친다. 껍질을 전부 벗겨내고 믹서기에 갈거나 다진다.
3. 냄비에 버터(또는 올리브유)를 두르고 소고기를 볶는다. 고기의 색이 변하면 다진 마늘을 넣고 잠시 더 볶는다.
4. 감자, 당근, 파프리카, 양파를 넣고 5분 내외로 더 볶은 뒤 재료가 완전히 잠기기 직전까지만 물을 붓는다.
5. 토마토를 넣고 위 사진처럼 붉은색이 될 만큼 토마토소스를 넣는다.
6. 페페로치노를 반으로 잘라서 넣고(파프리카 가루나 고춧가루 대체 가능) 감자와 당근이 익을 때까지 푹 끓인다. 간을 보면서 소금, 후추 등을 추가한다.
재료의 양은 위에 적은 대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입맛에 맞춰 눈대중으로 만들다 보니 양과 비율이 매번 달라졌다. 사실 구야쉬는 복잡한 조리법과 계량이 필요 없다. 그냥 있는 대로 재료를 골고루 다 넣고 한꺼번에 끓여 먹는 음식이다.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목동들에게 정성이 요구되는 요리를 할 만한 여유는 없었을 테니까. 입맛과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맛을 더 살려도 되고 좋아하는 재료를 더 많이 넣어도 된다. 원래 파프리카 가루를 넣지만 우리는 제외하였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 만드는 사람 취향에 따라 맛이 좌지우지된다. 그래서 만들 때도 독일에서 처음 먹었던 맛을 완벽하게 구현하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았다. 내 입에는 고기만 많이 넣어도 맛있었다. 바게트, 치아바타처럼 달지 않은 빵이나 파르팔레와 콘킬리에 같은 숏 파스타를 곁들이면 든든한 식사가 된다.
독일을 여행하면서 대부분의 식사는 기름진 육류와 감자, 빵 위주였다. 고기를 워낙 좋아해 질리지는 않았지만 빨갛고 매운 한국 음식이 이따금씩 생각났다. 그러던 중 따끈한 구야쉬 한 숟갈이 입에 들어오자 위장이 오랜만에 들어온 매운 기운을 무척 반겼다. 비록 같은 맛은 아니었으나 매콤한 고기 국물을 먹으니 육개장과 해장국이 떠오르며 고향의 맛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실제로도 헝가리는 한국처럼 고추와 마늘을 현지에서 재배해 많이 소비한다고 한다. 음식을 통해 가보지도 않은 나라에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헝가리는 음식 외에도 이름과 성씨, 연월일 표기 순서 등 여러 면에서 우리와 닮았다. 언젠가 직접 찾아가서 또 어떤 부분이 우리와 통하는지 꼭 알아보고 싶다. 본토의 구야쉬 맛을 함께 즐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