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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뚜벅 Aug 08. 2021

덴뿌라와 카스텔라, 일본 음식이 아니었다

단팥빵 이야기까지

뉴욕 시내엔 ‘커뮤니티 가든’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채소도 키우고 모이는 공간으로도 쓰는 녹지라 보면 된다. 여길 방문한 적이 있는데 키우는 채소 중 놀랍게도 고추를 발견했다. 반가워서 우리나라 대표 채소라고 말했더니 주민들이 씩 웃었다. 거길 방문한 멕시코 사람들도 자기 나라 채소라고 하고 이탈리아 사람도 그랬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건 조선시대 말 정도였다. 그 전 우리 조상들은 백김치를 먹고살았다. 매운맛을 꽤나 좋아하는 우리지만 고추는 전래된 채소다.

우리가 꽤 좋아하는 단팥빵도 그렇다. 원조는 누가 뭐라 해도 일본이다. 일본의 무사 기무라 야스베가 1874년에 만들었다. 16세기에 포르투갈의 빵 pão이 일본에 전해진 후 일본인 입맛에 맞게 변화된 것이다. 단팥빵은 <라스트 사무라이>란 영화의 배경인 세이난 전쟁 때 관군의 군용 식량으로도 쓰인다.

16세기에 포르투갈인들이 일본에 전해 준 것 중엔 빵 말고 조총과 가톨릭도 있었다. 그래서 임진왜란 때인 1593년 세스페데스란 포르투갈인 신부가 종군신부로 한국 땅을 밟는다. 적장 고니시 유끼나가도 천주교 신자였다. 이랬던 일본이 가톨릭 탄압에 나서게 되는데 이 이야긴 나중에 기회 봐서.

어쨌든 포르투갈과 처음 만난 일본은 오다 노부나가의 시대였고 그는 가톨릭에 매우 우호적이었다. 포도주도 좋아했고.


다시 음식 얘기로 돌아와서 살펴보면 ‘덴뿌라’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본 음식 같다. 하지만 아니다. 덴뿌라는 포르투갈 음식이었다. 16세기 전 일본 사람들은 새우나 야채를 튀겨 먹지 않았다.  덴뿌라란 말은 사순절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Quatuar Tempora에서 유래한 거다.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일본에 와 살 때 사순절처럼 육식이 금지된 기간엔 콩 같은 야채를 튀겨먹었고 거기서 덴뿌라란 말이 퍼졌다. 신빙성이 있는 얘기다. 빵뿐만 아니라 카스텔라도 포르투갈에서 전해진 걸 생각함 더더욱 그렇다. 스페인 중부에 있던 옛 왕국 카스티야(Castile)의 빵이라는 뜻을 가진 ‘팡 드 카스텔라(Pão de Castela)’가 카스텔라의 어원이다. 카스텔라도 덴뿌라처럼 포르투갈로부터 전래된 음식이다.

물론 커리를 받아들여 카레라이스를 만들고 오믈렛으로 오므라이스를, 슈니첼로 돈가스로 만들듯 일본은 ‘변용’이 주특기다. 그래서 우리가 자주 접한 카스텔라는 포르투갈보다는 나가사키 카스텔라에 가깝다.

포르투갈 카스텔라는 우유와 버터를 넣는 스펀지케이크라 보면 된다.  반면 일본식 카스텔라는 계란과 물엿을 써 식감이 확실히 다르다. 이건 우유나 설탕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사정과도 연관된다.


한 때 불교국가였던 일본에선 육식 금지령이 675년 덴무 덴노에 의해 내려졌다.  소, 말, 개, 원숭이, 닭 등 다섯 종류 동물의 살생과 식육을 금한 거다. 그 후 메이지유신 때에서야 일본인들이 고기를 먹게 됐으니 1200년간 육식이 금지된 셈이다. 같은 튀김이지만 가라아케나 돈카츠, 규카츠처럼 고기를 튀긴 걸 부르는 명칭이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덴뿌라는 야채나 해산물 튀김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 음식 스키야키는 소고기를 먹게 하려고 메이지 시대 때 만들어진 요리다.


문화가 만나면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다. 원조 논쟁이 무의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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