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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뚜벅 Sep 02. 2021

스위스에서 트레킹을 안 한다고요?

스위스, 걸어서 만나야 하는 곳


스위스는 트레킹의 천국이다. 트레킹이 가능한 길을 모두 이으면  64,000Km니까 지구를 한 바퀴 반 돌 정도다. 나라 크기가 남한 면적의 42% 정도인 걸 생각하면 대단한 밀도다. 게다가 각각의 코스들이 독특한  매력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빙하 위를 걸을 수도 있고, 목초지 가득한 구릉지대를 돌거나 호숫가를 산책할 수도 있다.  때론 문화유산이나 포도밭을 보면서 걸을 수도 있다. 고성을 끼고돌거나, 골짜기 속으로 걷다 출렁대는 다리를 걷는 코스도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빙하가 가까운 알프스 체르마트나 융프라우는 한국인들이 특히 많이 찾는 곳이다.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이미지에 부합하는 게 알프스라서 일 것이다. 둘 중 더 많이 찾는 곳은 융프라우다.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접근하기가 편해서다.  1912년 독립기념일에 개통한 빨간색 융프라우 기차는 상징과도 같다. 호수 사이의 동네 인터라켄에서 기차를 타고 산을 오르면 점점 경사도가 높아지는데 '세상의 지붕'이라는 융프라우요후 3454m 구간까지 타고 간다. 덕분에 우리 같은 일반인도 융프라우 4158m, 묀히 4099m, 아이거 3970m를 보다 가까이에서 보게 됐다. 심지어 그 높이에서 만년설을 발로 밟을 수도 있다.  


융프라우로 가려면 클라이네샤이덱 2061m까지 가서 기차를 갈아탄다. 아이거글레쳐 2320m를 지나 융프라우요흐 역 3454m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데 참 높은 곳이란 걸 실감한 게 주변에 고산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서다. 재밌는 건 터널 구간 7122m 정도를 지나가는데 내부에 우둘툴툴 석회암을 판 흔적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인간의 의지란 참 대단하구나 싶다. 이렇게 정상 직전을 터널로 연결한 덕분에 산 옆에 도로를 내지 않아도 됐고 그래서 지금의 경관이 보존된 거다. 생각해보면 고마운 기차다.

하지만 고맙다고 기차를 타고 다시 내려가버리면 너무 안타깝다. 사실 융프라우요흐 꼭대기에서의 느낌은 일종의 놀이동산이라고 할까? 신라면 먹고, 만년설과 얼음 조각을 구경하는 게 흥미롭긴 했지만 뭔가 아쉬웠다. 게다가 방문했던 날 폭설이 내려 만년설을 밟기 힘들어서 그 느낌이 더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아쉬움을 해소한 특별한 선물이 바로 트레킹이다.


사실 알프스는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프랑스까지 이어진다. 알프스란게 길이만 1200Km 산맥 이름이니까. 그런데  알프스 하면 스위스가 떠오를까? 그건 아마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때문은 아닐까? 게다가 만화영화로 어린 시절에 접한 이들에겐  강한 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융프라우나 몽블랑, 마터호른   덮인 , 빙하에 푸른 풀밭과 야생화, 샬레는 그렇게 상상했던 알프스의 모습과 일치한다.


개인적으론 융프라우 코스 중엔 '아이거 트레일' 트레킹을 강추한다. 간단히 말해 아이거 산 3970m의 둘레길을 걷는 코스라고 보시면 된다. 오른편엔 아이거 북벽 빙하가 보이고 왼편으론  알프스의 풀밭이 보이는 코스다. 지구 상에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게다가 높낮이에 따라 시야가 확확 달라지니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가축들과 샬레, 꽃이 빙하와 어우러지는 평화로운 풍경을 마음 한 가득 담을 수 있다.

그린덴발트

하지만 꼭 이 루트가 아니더라도 길은 다양하고 각각의 매력들이 있다. 게다가 트레킹 루트 안내도 잘 돼 있는 편이다. 사실 가장 쉬운 방법은 산악열차를 탈 때 기차역 아무 곳이나 내린 다음, 다음 기차역 정도까지 철로를 따라 걷는 것이다. 그다음 후속 열차를 타면 되니까. 이런 방식은 길이 그다지 험하지 않아서 초보자들의 트레킹 코스로도 딱이다. 그렇게 걸을 때의 느낌은 기차를 탈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걸을 수 있다는 건 사실 축복이다. 그나마 올레길 덕분에 많은 분들이 트레킹에 참여하는 듯해 반갑다.


참고로 관광객 대부분이 큰 기차가 다니는 인터라켄에 숙소를 구하고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숙소도 가능하다면 산 위에 조금만 더 올라가서 잡으면 좋다. 가장 대표적인 숙박지라면 산속 라우터부르넨이나 그린덴발트다. 원래 호텔보다 캠핑이 주는 장점이 아침에 깰 때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일 것이다. 벌레 소리나 새 소리와 함께 새벽을 맞는 경험 말이다. 개인적으로 라우터부르넨 쪽을 더 추천한다. 일단 마을이 예쁘고 폭포가 주는 경관도 이채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년부터 고속 곤돌라가 생겼는데 그린덴발트에 역을 뒀다. 그 점에서도 라우터부르넨이 낫겠다 싶다.

라우터부르넨

앞서 말한 대로 코로나로 관광이 묶여있던 작년 12 5일에 고속 곤돌라가 만들어졌다. '아이거 익스프레스'라고 이름 붙였던데 그린덴발트 1034m에서 아이거글레처 2320m까지 6.4Km 구간을 순식간에 이동하게 됐다. 아이거 북벽을 보면서 고속 곤돌라를 타도 장관일 듯은 하다. 기차로 가는 것보다 40여분 단축된다는  홍보의 포인트던데 이건 '글쎄?'. 소요 시간이 문제가 아니니까. 알프스에선 걸어야 한다. 걸어야만 보이는 ? 풀꽃과 돌멩이 그리고 진정한 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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